3억원 준다는데,,,중국行 선택하는 국내 화장품 인력 속출

"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이미 많이 중국으로 넘어갔어요. 저에게도 계속 헤드헌터를 통해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고 있고요"

"핵심은 페이(연봉)이다. 보통 3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고, 차량, 집, 정착금까지 약속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같은 조건을 거부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다" "중국 화자품 시장은 현재 과도기라고 볼 수 있는데, 중국의 이같은 인력빼가기 현상은 향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장품 P사, H사, D사 관계자-



중국 로컬 화장품 기업으로 넘어가는 국내 화장품 산업의 인력유출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화장품 산업의 R&D 인력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선두 그룹 브랜드, 중소 브랜드와 더불어 화장품 전문 제조기업의 핵심 인력까지 전방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J사,S사,P사,M사,B사 등 중국 현지 주요 화장품 기업으로 넘어간 국내 화장품 인력이 어림잡아 100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카웃 제의가 헤드헌팅을 통해 음성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실질적인 중국으로의 이직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력이 중국기업으로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이다. 중국현지기업은 막대한 자본과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의 고급 인력을 유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받던 연봉의 3~4배를 제시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국내에서 5천만원 연봉을 받다가 이직을 선택할 경우 순식간에 1억5천만원을 받는 억대 연봉자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시 차량과 주택 지급, 정착금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로컬기업에서 원하는 한국의 화장품산업 인력은 R&D, 생산, 디자인, 제품기획, 브랜드 기획 분야 전문가다. 연구분야에 경우 5~10년차(책임, 팀장급), 그외 BM이나 MD 등은 10~20년차(부장급)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단시간동안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의 기술 차이를 줄이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국내 브랜드숍을 모델로 한 로드샵 론칭 분위기가 있어, 브랜드 기획 경험이 많은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팀장이나 리더급 인력을 영입, 이후 팀을 구성해 한번에 5명에서 10명까지 팀 단위로 중국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같은 인력 유출을 통해 수년동안 수십억원이 투입된 화장품 R&D 결과물과 정보가 한순간에 빠져나가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화장품 시장에서의 국내 화장품 입지 축소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들어 중국현지 화장품 기업의 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상위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상위 9개사 합산 점유율은 2010년 42%에서 2014년 45%로 증가했고, 상위 17개사 합산 점유율 역시 2010년 52%에서 2014년 58%로 증가했다. 로컬 업체 상위 8개사의 합산 점유율은 2010년 9%였으나 5년만인 2014년에 14%까지 증가했다. 특히 자란그룹, 상하이자화, 프로야, 마루비, 바이췌링 등의 높은 점유율 확장이 눈에 띄는데, 중국 로컬 화장품 업체 상위 9개사의 2014년 합산 판매액은 3,780백만달러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32% 씩 고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인 페이(연봉, 처우 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으로 이직하는 동료들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심해야할 부분이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언제든지 토사구팽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서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화장품 산업이 이같은 호황을 맞고 있고, 국가경쟁력산업으로 가고 있는 시기에 R&D부분 인력양성과 더불어 인력보호를 위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정원기자 garden@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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