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땀 많은 풋볼 선수가 미국 2위 스포츠의류업체 일군 비결

크리에이터 코드

에이미 윌킨슨 지음ㅣ김고명 옮김
비즈니스북스ㅣ352쪽│1만6000원
미국 메릴랜드대 미식축구 선수였던 케빈 플랭크는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었다. 어느 날인가 유니폼 안에 입었던 티셔츠의 무게를 달아 보니 땀 때문에 1.4㎏이나 나갔다. 그는 땀을 덜 흡수하는 티셔츠를 입으면 좀 더 잘 뛰지 않을까 싶어서 대학 근처의 원단 상점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합성섬유로 만든 옷이 면보다 땀을 더 잘 배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신축성 있는 극세사로 티셔츠를 만들어 팀원들에게 나눠주자 모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졸업 후 그는 모아 놓은 돈을 다 털고 빚을 내 티셔츠업체를 세웠다. 대학 미식축구팀을 찾아다니며 견본을 나눠줬다. 차츰 여러 팀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야구 럭비 라크로스 선수들도 이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여성 속옷과 같은 재질인 이 티셔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 의류시장까지 넘봤다. 이 회사는 29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미국 2위 스포츠의류업체 언더아머다.플랭크는 옷감이나 제조는커녕 판매업에 대한 어떤 전문 지식도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아이디어에서 기회를 발굴해 거대 사업체를 일궜다.

전략전문가인 에이미 윌킨슨은 《크리에이터 코드》에서 플랭크와 같은 사람들을 ‘새로운 세대의 몽상가들’이라고 칭하며 그들의 공통점을 제시한다. 이들은 일상에서 창조적인 성공의 기회를 찾는 크리에이터들이다. 우등생과 같은 방식으로 1등을 차지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대신 독창적인 해법으로 ‘유일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경영전문대학원 졸업장, 수백만달러의 자금, 절묘한 타이밍은 필요 없었다. 오랜 시간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결제시장의 공룡기업 페이팔을 세운 피터 틸과 엘론 머스크는 은행가가 아니었다. 유튜브를 시작한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는 영상 전문가가 아니었다. 미국 그릭요구르트 시장 1위 브랜드 초바니를 세운 함디 울루카야도 생산 공장을 운영해본 적이 없었다.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통념을 파괴하고 놀라운 성공을 위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연간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는 회사를 설립했거나 10만명 이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 창업가 200명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그들의 숨은 성공 비법을 여섯 가지 코드로 정리한다. 첫 번째 코드는 빈틈을 찾는 것. 크리에이터들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한다.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 설립자는 궁핍하게 살던 20대 두 디자이너였다. 그들은 비싼 월세를 감당할 방법을 찾다가 자신들의 빈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며 사업을 키웠다. 이젠 매일 밤 192개국 3만4000개 도시에서 20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묵는다.

두 번째 비법은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들은 주위의 많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로지 목표를 향해서만 시선을 고정한다. 세 번째 코드는 ‘우다 루프(OODA loop)’로 비행하는 것이다. 우다 루프란 목표를 관찰해(observe) 대응 방향을 정하고(orient), 최선의 대응책을 정한 뒤(decide) 행동에 나선다(act)는 전투기 조종사의 전략이다. 크리에이터들은 뭔가를 재빨리 결정하고 다음 결정 사항으로 서둘러 넘어간다. 이들은 짧은 주기의 점진적인 반복법을 터득하고 자신보다 덜 민첩한 경쟁자보다 더 빠르게 우위를 점한다. 그다음 성공 비법은 현명하게 실패하기, 협력 도모하기, 선의를 베푸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6가지 생각 도구는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울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상 속의 호기심을 갖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자세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