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병진 명지대 총장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사회문제…기본으로 돌아가면 해결점 보여"

총장 추천 대학생 권장도서
12년 전에 나온 책을 다시 펼친다.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낸 김진세 변호사가 쓴 《미완성의 토론》이다. IMF 외환위기 시절을 지나고 있던 1999년 초판이 나오고 4년 뒤 증보판으로 다시 출간된 책이다.

부제로 붙어 있는 ‘한국사회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짐작이 가듯, 십수년 전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그 원인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소 무거운 내용임에도 저자 특유의 평이하고 간결한 문체 덕분에 어렵게 읽히지 않는다.책이 제기한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는 우리가 손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문 곳곳에서 자화상처럼 그려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둡고 안타까운 면면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갈등과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 세계 제1의 스트레스 사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사회, 책임감을 모르는 사회, 문화 마인드가 실종된 사회 등 우리 사회의 불행한 면면을 들추어낼 때마다 저자가 꼭 한마디씩 덧붙이는 말이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다.저자는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문제의 본질을 한마디로 ‘기본결핍증’에서 찾는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를 비롯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과 상처를 남긴 근래의 대형 사고들도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확인되는 것이 기본결핍증이다. 기본이 돼 있지 않은 사회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책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긴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인간관계의 기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의 힘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기본을 일으켜 세우는 일은 갈라지고 무너지고 황폐화된 인간관계부터 살피고 바로 세워야 하는 일이며, 그것은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말일 터이다. 대학교육 현장에 있는 필자도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 말에 한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자신이 소중하다면 타인과의 관계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며,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면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실력과 인격을 도야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 이 중 하나라도 소홀히 취급된다면,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 되거나 보잘것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사회의 기본과 인간관계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을 읽고서 누구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이 사회도 아니고 타인도 아닐 것이다. 바로 나 자신부터 돌아보는 데서 관계는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