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 또 파업…노동법 '5개 독소조항'이 파업 부추긴다

'연례 행사' 된 현대자동차 파업

(1) 파업때 도급·파견 금지
(2) 사업장 점거 파업 허용
(3) 직장폐쇄 요건은 엄격
(4) 사업자만 부당행위 제재
(5) 노조에 손배청구 제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 파업하면 4년 연속 파업이다.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 등 노동관련법의 다섯 가지 독소조항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에 유리하게 규정된 관련법으로 회사 측이 파업에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다 보니 노조가 쉽게 파업에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관련법 개정을 통해 노조와 사용자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1)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조가 파업할 때 사용자는 신규 채용·하도급·파견 등 모든 대체근로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가운데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없다. 국제노동기구(ILO) 규약은 ‘원칙 허용, 남용 금지’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노조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원동력이 파업”이라며 “파업권 남용을 막으려면 회사도 파업 중에 자유롭게 공장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2) 사업장 점거 쟁의 허용

해외에서는 노조 사무실을 회사 밖에 두도록 하고 있다. 파업을 위한 집회도 사업장 앞의 일정한 공간에서 한다. 한국에선 반대다. 대부분 쟁의행위가 사업장 안에서 이뤄진다. 노조법은 생산 등 주요 시설 점거만 금지하고 있다. 이전에는 노조의 직장 점거를 전면 금지했지만, 1997년 쟁의행위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법이 개정됐다. 그러다 보니 대체근로를 사용할 수 없는 회사 측이 비(非)노조원을 생산시설에 투입하려고 해도 사업장을 점거한 노조에 저지당하기 일쑤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직장 밖에서 하도록 해야 사용자의 영업권과 파업 불참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3) 적극적 직장폐쇄 금지

노조의 불법적인 직장 점거를 막기 위해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직장폐쇄다. 직장폐쇄는 파업 중인 조합원의 근로 제공을 받지 않고 임금도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회사는 비노조원을 활용해 공장을 돌릴 수 있다.

한국의 노조법은 직장폐쇄에 엄격한 요건을 걸어놨다. ‘파업 중일 것’, ‘사전에 행정관청과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할 것’ 등이다. 사용자가 요건을 지키지 않고 직장을 폐쇄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등 형벌을 받을 수 있다.이런 부담 때문에 기업은 직장폐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파업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노조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불법 직장폐쇄’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난달 17일 전면파업을 시작했지만 회사가 3주 후인 이달 6일에야 직장폐쇄에 들어간 것도 이런 부담 때문이다.

(4) 사업자만 부당노동행위로 규율

노조법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규제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유형으로는 노조 가입 방해, 단체협약 교섭 거부 등이 있다. 일부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폭력 파업뿐 아니라 노조의 고의적인 교섭 거부를 제한할 수단이 없다.

특히 복수노조 체제가 도입된 이후 조합원 확보를 위해 노조 간 갈등이 빈번해지면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노조 간 갈등이 회사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물론 양쪽 눈치를 봐야 하는 경영진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노동관계법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5)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조 보호를 강화하는 입법안을 내놓고 있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심상정 정의당 의원 발의)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불법 파업으로 사용자가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더라도 손해배상 청구권과 가압류의 행사는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에만 한정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실적으로 위법행위에 대해 공권력이 엄정하게 집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해배상 청구까지 제한하면 불법 쟁의행위가 만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