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예술가 스텔락 교수 "인체와 기계의 경계 넘어서고 싶었다"

왼팔에 '제3의 귀' 이식한 호주 행위예술가 스텔락 교수

기술의 힘, 아이디어 구현 가능
고정관념 깨는 파격 퍼포먼스
15~16일 이화여대 학회 참석
커다란 로봇 손을 끼고 ‘세 개의 손’으로 유리판에 ‘에볼루션(evolution·진화)’이라고 적었던 남자. 자신의 피부를 바늘로 꿰어 몸을 허공에 매달았으며 급기야 연골을 배양해 만든 ‘제3의 귀’를 왼팔에 이식해 대중을 경악하게 한 호주 행위예술가. ‘인체는 쓸모없다(The human body is obsolete)’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몸과 기계, 의식 간 소통을 주제로 예술활동을 해온 스텔락 호주 커틴대 교수(69·사진)의 퍼포먼스는 언제나 화제와 논쟁을 함께 불러일으켰다.

14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스텔락을 만났다. 그는 15~18일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휴머니즘을 넘어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 학술대회에선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 현대 예술 및 철학의 변화상 등을 주제로 22개국 60여명의 학자가 모여 논의한다.스텔락은 “인체와 기계 간 경계가 점점 옅어지고 있고, 인간 고유 의식과 인공지능의 차이도 앞으로 희미해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기술 발전은 인체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내 예술적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1970~1980년대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기술이 없어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며 “오랜 세월 영향을 주고받아온 과학과 예술은 이제 본격적인 융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 시절부터 인체의 한계에 대해 고민했다”는 스텔락은 “기계를 통해 경계 없는 의식의 자유를 추구하고자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엔 ‘죽음’의 정의도 달라질 것”이라며 “생물학적 인체의 죽음과 정신의 죽음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체에 담겼던 의식이 신체 외적으로 남겨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내 작품들은 서로 다른 종(種)이 결합해 탄생하는 ‘키메라’와 같은 존재”라며 “인체와 기계, 의식이 서로 끊임없이 교류하며 한계에 도전한다”고 덧붙였다.자신의 팔에 있는 ‘제3의 귀’에 대해선 “1996년 발표했던 ‘제3의 손’을 비롯한 사이보그 시리즈의 일환”이라며 “원래 있는 두 귀는 나를 위한 것이고, 이 새로운 귀는 다른 사람의 소리를 전하기 위한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스텔락은 특유의 파격적 퍼포먼스 때문에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일 뿐”이란 비판도 많이 받는다. 그는 “예술가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뿐 스스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어떤 의견을 듣든 모두 존중한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