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미래다] "인재 놓치지 않으리!"…기업들 아낌없이 투자한다

삼성전자 글로벌 성공, 탁월한 '인재경영' 밑바탕

글로벌 경영 속도 현대·기아차, 지역 전문가 양성 나서

LG전자판 TED '이그나이트', 임직원간 지식·경험 공유 도움

SK, CEO·신입사원 소통 강화…한화, 주기적인 인문학 특강
글로벌헬프데스크, 외국어생활관, 근골격계예방센터, 힐리언스명상센터, 경력컨설팅센터, 창의개발연구소…. 이런 희한한 조직과 연구소를 둔 기업은 어디일까.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런 연구소와 지원센터 등을 잇따라 개설했다. 외국어생활관은 임직원의 능력 계발을 위해, 근골격계예방센터는 육체적 건강을 위해, 힐리언스명상센터는 정신적 건강을 돕기 위해 건립했다. 또 퇴직자를 위한 경력컨설팅센터를 개설해 전직을 돕고 있다. 이같이 건강, 복지, 퇴직 후 지원까지 회사가 챙기며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자 우수한 인재들이 삼성전자로 몰리고 있다. 인재경영이 삼성전자의 성공을 이뤄낸 밑바탕으로 분석되는 이유다.인재경영은 기업 활동의 정수로 꼽힌다. ‘인재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더 한 사람이 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좋은 인재를 끌어들여 이들이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성공하는 기업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상적인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추격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기업들이 인재경영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도 인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글로벌 경영이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언어, 문화, 관습 등에 정통한 지역 전문가 양성 및 현지 채용 인력에 대한 일체감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1년 동안 세계 어디든 원하는 지역에 보내 견문을 쌓게 하는 지역 전문가 과정은 삼성그룹 인재경영의 핵심이다. 매년 1200억원가량을 임직원 교육에 투자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자체 인재개발원을 경기 용인 서천지구에 개원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전통적인 각종 교육과정 외에 임직원들 간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이그나이트(Ignite) LG’라는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식강연인 ‘테드(TED)’와 비슷한 지식나눔의 장으로, LG전자판 테드라고 불린다. SK그룹은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최고경영진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최고경영자(CEO)와 신입사원 간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고 신입사원들에게 ‘CEO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한화그룹은 자기 계발 의지가 뛰어난 사원~대리 초년차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파견 근무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탤런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임원을 대상으로는 매월 경영이슈와 신사업 트렌드,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조찬특강을 하고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은 우수 객실 승무원을 뽑아 선진국 전문 교육시설에 보내 와인전문가, 요리전문가, 서비스리더 등으로 양성하는 ‘서비스 MBA 과정’ 등을 운영 중이다. 두산은 임직원 교육을 위한 그룹 연수원인 ‘DLI 춘천’을 건립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기공식이 열렸고, 내년 말 준공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임직원에게 1인당 연간 85시간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LS그룹은 차세대 경영자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LS MBA, 석사학위 과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