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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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사거리 1만㎞ 이상…핵탄두 소형화 진전 가능성"북한이 지난 14일 ‘보다 높은 급의 위성’ 발사를 시사함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위성 발사를 ‘평화적 우주개발’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보고 있다. 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 필요한 로켓에 핵탄두를 실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될 수 있다.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6차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사거리가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1만㎞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의 높이를 60여m로 2배 가까이 증축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발사대 높이와 엔진 성능으로 볼 때 사거리가 1만3000㎞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2012년 12월 5차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시험 발사했을 때의 사거리는 미국 서부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8500~1만㎞로 추정됐다. 만약 6차 시험발사가 성공하면 2년여 만에 북한이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장거리 로켓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할 때 고온의 마찰열을 견뎌내는 기술이다. 단거리 미사일과 달리 사거리 1500㎞ 이상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난제로 꼽힌다. 북한은 5차 발사 때 위성체를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재진입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군당국은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북한이 “각종 핵무기의 질량적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진전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핵탄두 경량화를 위해 4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부는 16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단행하면 국제사회와 공조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한·미 양국이 모든 상황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며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특이한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유엔 총회를 계기로 추진 중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를 위한 국제 공조 방안과 북핵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