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강의에 몰려온 작가들…"생생한 소재 수집"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작자 워크숍 인기

디테일한 강의 입소문
"과학수사대는 불나면 구경꾼 사진부터 찍어…범인 있을 가능성 높아"
김민영 차의과학대 교수가 창작소재발굴 워크숍에서 ‘줄기세포를 둘러싼 핫이슈’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과학수사대는 불이 나면 꼭 구경꾼 사진을 찍습니다. 범인이 거기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방화범 중 대다수는 사회에서 한 번도 주목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불을 지르고 경찰차와 소방차가 몰려드는 걸 뿌듯해 하죠.”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삼서울사무소 지하 1층 강의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서 일하는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의 강의가 한창이었다. 수사관이나 수습기자를 대상으로 열릴 법한 이 강의를 듣는 25명의 ‘수강생’은 현직 콘텐츠 제작자. ‘나인’ ‘킬미힐미’ ‘하얀거탑’ ‘내 심장을 쏴라’ 등 국내 유명 영화·드라마를 제작한 프로듀서와 감독들은 강의내용을 받아 적느라 바빴다.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하는 ‘2015 창작소재발굴 워크숍’이 문화콘텐츠 제작자 사이에서 화제다. 미제(未濟) 사건과 다양한 범죄 사례를 소개하거나, 프로스포츠 업계의 명암을 조명하는 등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하는 콘텐츠 제작자의 구미를 당기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1차 워크숍은 ‘한국의 콜드케이스’ ‘스포츠의 빛과 어둠’ ‘왕을 만든 고대의 여인들’ ‘의료계를 둘러싼 핫이슈’ 등 네 가지 주제로 열리고 있다.

제작자들이 찬사를 보내는 부분은 강의의 ‘디테일’이다. 2013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대상 수상작인 ‘검솔, 세한도의 비밀’을 쓴 김상훈 작가는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직 프로파일러의 고민과 스트레스까지 깊숙한 부분을 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총 세 시간의 강의 중 질의응답이 한 시간에 달했다. 직접 시나리오, 소설에 반영하고 싶은 내용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여서다.소재 발굴에 그치지 않고 네트워킹과 공동창작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드라마 ‘밀회’ ‘로열패밀리’ 등을 제작한 퓨쳐원의 이동익 대표는 지난해 ‘전쟁경영자들’ 강의가 끝난 뒤 자발적으로 스터디그룹을 꾸렸다. 그는 당시 강의를 맡은 서영교 중원대 한국학과 교수와 함께 한국 고대사를 만화로 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변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창작기반팀장은 “미국 드라마에 비해 한국 드라마는 연인 간의 사랑, 가족사 등 소재가 단조롭다”며 “워크숍을 통해 기발한 스토리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