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업의 운명 좌우하는 리더의 '전략 질문'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창의적 긴장감 어떻게 조성할까

전략을 보는 생각
로버트 사이먼스 지음 / 김은경 옮김 / 전략시티 / 253쪽 / 1만5000원
“가장 심각한 실수는 잘못된 대답이 아니라, 잘못된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하버드대 최고경영자과정 의장, 기업 성과향상 프로그램 공동 의장인 로버트 사이먼스는 ‘전략 강의’에서 이 말을 자주 인용한다. 수업을 듣는 경영자와 학생들에게 강의 초반 “성공 전략은 올바른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화두를 던진다. 그의 지론은 ‘질문이 생각을 이끌어내고, 생각이 전략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전략을 보는 생각》(원제 seven strategy questions)은 사이먼스 교수가 하버드 최고경영자과정과 경영대학원 2년차 과정에서 진행하는 전략 강의의 핵심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강의에서처럼 이 책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리더가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을 알려주고 각 질문이 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지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정한 전략이나 경영기법을 모든 기업에 두루 적용되는 해결책으로 포장하는 세태를 경계한다. 기업에 따라 해결 방안도 다르며 리더들이 직면하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기업이 성공하는 길은 리더가 조직 구성원과 함께 최신 정보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고민하며, 실행계획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데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가 자신과 조직 구성원에게 올바른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저자는 30여년의 집중 연구와 강의,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략적 사고를 자극하는 7가지 ‘전략 질문’을 완성했다.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핵심 가치에 따른 우선순위가 명료하게 정해져 있는가 △평가에 반영되는 주요 성과 변수는 무엇인가 △전략적 통제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정했는가 △창의적 긴장감을 어떻게 조성하고 있는가 △조직 구성원들은 서로 돕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가 △밤잠을 설치게 하는 전략적 불확실성은 무엇인가 등이다.

전략 질문 목록은 제시 순서나 전개 방식에 질서가 있다. 고객과 핵심 가치에 대한 처음 두 질문은 전략 실행을 위한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모든 운영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지 핵심 대상을 정해야 조직의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모든 고객을 공략하는 전략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 20세기 맥도날드의 핵심 고객은 부동산 개발업자와 매장 점주였다. 맥도날드는 대규모 본사 조직을 구축해 부동산 개발과 매장 개점, 물품 조달을 집중 지원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위기에 직면했다. 매장 매출이 감소하고 신규 점포 개설을 통한 성장도 멈췄다. 맥도날드는 핵심 고객을 소비자로 수정했다. 자원의 상당 부분을 지역 관리자에게 할당해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메뉴와 매장 편의시설을 변경하도록 지원했다. 첫 번째 과제이자 성공적인 전략 실행의 핵심은 ‘고객에 대한 자원 할당’이다.

리더가 결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올바르게 의사 결정을 하려면 핵심 가치가 명료하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 즉, 주주와 직원, 고객 중 누구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다른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질 것인지 명확해야 전략적으로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머크와 존슨앤드존슨은 고객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뉴코는 직원을 먼저 생각하며 화이자와 AIG는 주주 이익을 가장 중요시한다.주요 성과 변수와 전략적 제약에 관한 두 질문은 모든 구성원을 조직의 전략적 의제에 집중하도록 한다. 창의적 긴장감과 협력에 관한 질문은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성공에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충분히 박차를 가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마지막 질문은 조직의 미래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각 질문들은 직관적 판단에 따른 기존 가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마음 불편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게 해줄 초점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런 질문이 이끄는 전략적 사고를 통해 전략을 찾고 실행하는 과정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외부에서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현재의 전략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올바른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리더뿐 아니라 미래의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성장 경영에 대한 통찰을 줄 만하다.저자는 수업을 진행하듯이 각 전략 질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제시하고, 거기서 파생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하버드 전략 강의를 직접 듣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