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학파에 길을 묻다] "인위적 부양책 아닌 기업 자유로운 혁신 촉진해야 저성장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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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 '오스트리안 경제학의 함의' 워크숍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여전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막대한 돈을 풀고 성장대책을 쏟아내도 그렇다. 수학과 과학으로 무장한 주류 경제학은 위기를 예측하지도, 수습하지도 못했다. “오늘날 경제학이 얻은 것은 노벨경제학상이고, 잃은 것은 현실을 보는 눈”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융위기 예측도 수습도 못한 주류 경제학
지나친 계량화…자유·재산권 보호에 무력"
한계에 직면한 이들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경제학이 주류인 국내 학계엔 큰 도전이다. 자유경제원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동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연 ‘주류 경제학의 한계:오스트리안 경제학의 함의’ 워크숍은 꽉 막힌 한국 경제의 탈출구를 새로운 시각에서 찾는 자리였다.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 대신 시장의 자유로운 선택이 해답’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까다로운 결론이었다.“소비자를 모르는 주류 경제학”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오스트리아학파는 국내에선 경제학사에서나 가끔 다루던 변방”이라며 “경제 현실을 바라보는 방법 자체가 주류 경제학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주류 경제학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으로 대표되는 후생경제학파다. ‘시장의 실패’를 강조하며 정부 개입을 중시한다. 또 하나는 밀턴 프리드먼 등의 시카고학파로 현실세계는 효율적이므로 국가 간섭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민 교수는 “수리 통계를 이용해 효율적인 자원배분 모형을 만든다는 점에서 둘은 같다”고 설명했다. 즉 주류 경제학은 주어진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최적인가를 다룬다. 이 모형은 소비자가 어떤 선호를 갖고 있는지 미리 정해진 것으로 간주한다.하지만 소비자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은 학습하는 존재이므로 좋고 싫음은 바뀐다. 시장은 이들의 선택에 따라 자생적으로 형성된다. 민 교수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어떻게 습득하는지 주류 경제학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는 이를 소통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생전 모르던 의사에게 몸을, 은행가에게 거금을 맡길 수 있는 것도 지식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잘못된 지식을 가진 사람은 피해를 입는다. 시장의 경쟁을 통해 지식이 축적되는 구조다. 그는 “낯선 이들과 자유롭게 거래하려면 시장 바닥의 직업윤리와 예의 등을 자생적으로 익혀야 한다”며 “오스트리아학파가 질서를 자유의 기초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로 인위적 독점 늘어”주류 경제학은 ‘법의 타락’을 가져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주류 경제학이 우선시하는 비용과 편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기반으로 법을 제정하면 일관성이 없다. 민 교수는 “주류 경제학에서 법은 수단일 뿐”이라며 “자유와 재산권 보호에 무력할 뿐 아니라 정의나 분배평등과도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은 국내 현실에도 적용됐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는 “독점 규제 등 국내법은 주류 경제학의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한 시점의 고정된 현상을 탐구하다 보니 잘못된 해법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또한 특정 시공간과 상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공정거래법은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시간 흐름을 어떻게 끊느냐 또는 공간 범위를 어디까지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김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하면 현실의 시장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기 쉽다”며 “이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낳는다”고 말했다.현진권 자유경제원장도 “자연 상태에서의 독점과 정부 규제에 따른 독점은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경제에 피해를 준다는 시각이다. 그는 “중소기업 보호를 명목으로 특정 산업에 울타리를 치면 인위적인 독점이 생긴다”며 “이는 기업이 스스로 투자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강조했다.
“저금리는 불황의 씨앗”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돈을 풀어 자국 경기 띄우기에 나섰지만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이 불황의 원인이라는 것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그동안 수익성이 없어 보이던 투자가 매력적으로 바뀐다. 저축 유인이 줄어 소비도 늘어난다. 겉으론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위적인 금리 조정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셈이다. 안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 역시 2000년대 초 미국의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시카고학파는 위기 예견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들도 ‘정부 실패’가 위기를 낳는다고 보지만, 오스트리아학파와 반대로 미국 통화정책이 긴축적이어서 문제였다는 견해다. 황수연 경성대 교수는 “기술혁신을 통해 더 좋은 재화를 생산해내는 것은 정부가 아닌 기업”이라며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면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고 혁신도 본격화한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