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승 나라온' 내년 상용화…미국 수출길도 열려…KAI, 민항기 시장 진출 '이륙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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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지난 18일 경남 사천공항.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내 최초 양산 민항기 나라온(KC-100)이 활주로에 들어섰다. 조종석 앞창으로 공항에서 20㎞가량 떨어진 삼천포대교가 보였다. 나라온은 이륙한 지 5분 만에 삼천포대교 위를 지나갔다. 60도가량 항공기를 기울이며 선회하니 몸체가 크게 쏠리며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중력계 바늘은 지상 중력의 세 배를 나타내는 3G를 가리키고 있었다. 남기은 KAI 수석조종사는 “나라온의 안전성과 기동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일반 여객기가 25도까지 선회할 수 있지만, 나라온은 최대 65도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속 363㎞, 비행거리 2020㎞
첨단 엔진 출력조절 장치 탑재
한 대당 가격 8억~11억원
산불감시·순찰 등 활용도 높아
전세 항공기 수요 계속 늘어
우리 공군도 내년 23대 도입
◆KAI 민항기 시장 진출 시동하성용 KAI 사장(사진)은 최근 경영회의에서 “내년에 나라온이 상용화함에 따라 민항 완제기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나라온을 계기로 KAI의 숙원사업인 100인승급 민항기 제조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KAI 관계자는 “세계 항공기 시장의 80%를 민항기가 차지하고 있어, 방위산업에만 집중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나라온을 앞세워 성장세를 보이는 소형 민항기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라온은 국토교통부와 KAI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민간사업·개인 레저용으로 개발한 4인승 소형 항공기다. 최고 속도는 시속 363㎞, 최대 비행거리는 2020㎞다. 서울에서 일본 전 지역과 중국 주요 도시, 대만 타이베이와 동남아 일부 지역까지 한번에 갈 수 있다. 탄소복합 신소재로 제작해 기체가 가볍고, 연비를 개선하는 첨단 엔진 출력 조절장치를 탑재했다.나라온의 경쟁 기종은 미국의 세스나와 시러스 SR22 등이다. 한 대에 60만~70만달러 정도 하는 이들 기종 비행기는 주로 미국에서 출퇴근용으로 사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년간 7000여대가 판매됐으며 이 중 4분의 3은 미국에서 팔렸다. 조연기 KAI 전략기획본부장은 “현재 나라온 가격은 대당 8억~11억원 정도지만 양산이 시작되면 내려갈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BASA 체결로 수출길 열려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국내 경비행기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상호항공안전협정(BASA)을 맺어 수출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공군은 나라온의 파생형 모델(KT-100) 23대를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23일 KT-100의 초도 비행이 예정돼 있다.
KAI 관계자는 “성능에 대해 까다로운 공군도 국토부 인증을 받아들였다”며 “민항기가 군용으로 전환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나라온이 앞으로 운송, 조종훈련, 산불감시, 해안순찰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에도 최근 전세기 전문 항공사들이 나타나고 있어 자가용 비행기, 에어택시 등 나라온이 활용될 수 있는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세기 전문 항공사인 스타항공은 내년 3월부터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일반 승객이 항공기를 예약해 ‘콜택시’처럼 이용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과 맺은 19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에 대한 BASA가 나라온 판매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풍식 국토부 항공산업과 사무관은 “미국과 협정을 맺은 것은 전 세계에 수출할 때 안전에 대한 별도의 인증이 필요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대우 KAI 수석연구원은 “BASA 체결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300~800대가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조립 기능을 중소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공정을 효율화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