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매매 '강세'…전세 '초강세'…분양은 지역별로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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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매매값 강세’ ‘전셋값 강세’ ‘분양시장 차별화’
10월 아파트 분양 9만6000가구 '역대 최대'
공급과잉 우려도 커져
사흘 앞으로 다가온 추석 명절 이후 부동산 시장 기상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의 매매 전환 수요 증가와 저금리에 따른 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추석 이후에도 매매시장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저금리 여파로 집값의 70~80%를 웃도는 전셋값 초강세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분양시장도 서울 강남 재건축과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청약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부산과 대구, 광주, 울산 등 상반기 분양시장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지방광역시는 공급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온도차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에 따른 내 집 마련 수요가 많아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은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내년부터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전세난에 내집 마련 수요 증가
올 들어 지난 8월까지의 주택 거래량은 81만55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증가했다. 실거래가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거래량은 41만6944건으로 작년보다 47.1%나 증가했고, 지방도 39만8637건으로 같은 기간 16.1% 늘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연립·다세대(14만3234건)와 단독·다가구(11만1150건) 거래량이 작년보다 각각 38.1%와 31.2% 늘었다. 전년보다 28% 늘어난 아파트(56만1197건)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와 단독·다가구 주택 거래가 많이 늘어난 것은 아파트 전세가가 치솟으면서 전세와 비슷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연립·다세대 등에 실수요자들이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름 휴가철 비수기로 꼽히는 8월 주택 거래량도 9만4110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2% 늘었다. 월간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달은 8월을 포함해 지난 1월, 3월, 4월, 5월, 7월 등 올 들어서만 여섯 차례에 달한다.
거래량이 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부터 일반 아파트까지 집값도 상승세를 띠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7월 9억6000만원에서 8월 9억6500만원으로 올랐고,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전용 50㎡도 같은 기간 8억8000만원에서 8억850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강촌마을 전용 47㎡는 2억28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경기 군포시 세종 전용 58㎡도 2억7900만원에서 2억850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세종시 조치원 죽림자이 전용 84㎡는 1억8000만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부산 해운대구 재송 더샵센텀파크 1차 전용 84㎡도 4억5700만원에서 4억7800만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내년부터 부동산 담보대출 거치기간을 줄이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가계부채 관리계획이 시행되는 만큼 올가을 매매시장 매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투자목적의 추격 매수는 부담스럽지만 역세권의 중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실수요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전세난을 탈출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저금리 여파로 전세 초강세 이어질 듯
저금리에 따른 전세 매물 부족 속에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보증금이 매매 가격을 추월하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매매와 전세 실거래가 가격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29개 아파트에서 전셋값이 집값을 웃돌았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한양 전용 60㎡는 지난달 2억70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지만 전세가는 1500만원 높은 2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상계동 은빛 2단지 전용 59㎡도 8월 거래된 매매와 전세금이 모두 2억4000만원으로 같았다.
9월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세금은 3억7879만원으로 2년 전인 2013년 9월(3억119만원)에 비해 26%가량(7760만원) 올랐다. 서울에서 살던 전셋집을 재계약하려면 8000만원 가까운 돈이 더 필요한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인천 송림동 송림휴먼시아 1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전세금 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집의 최저 매매가인 1억4924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비쌌다. 경기 군포시 당정동 대우 푸르지오 전용 84㎡도 3억25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져 2억8850만원인 집값을 웃돌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의 8월까지 누적 전셋값 상승률은 작년 전체 상승률을 넘어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추석 이후 가을 이사철 성수기가 본격화되면 전세난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은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3만7000여가구)보다 46%나 적은 2만가구에 그쳐 전세로 나올 신규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 재건축 이주 단지는 늘고 있어 ‘월세 전환·입주 급감·재건축 이주’가 겹쳐 전세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신규 분양 시장은 청약 대기 수요가 많은 만큼 전반적으로 활기가 이어지겠지만 지역별로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투자 유망 지역으로는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수원 광교신도시와 하남 미사강변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대규모 신도시를 꼽았다.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부산 해운대와 대구 도심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투자수요가 풍부해 당분간 청약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초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분양한 재건축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197가구 모집에 12만256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62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 기록으로 관련 통계를 낸 2006년부터로 범위를 넓혀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풍성신미주 아파트’(682 대1)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지방에서 시작된 분양시장 열기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옮겨 붙었다”면서 “서울 강남과 수도권 신도시, 부산과 대구 등 지방광역시는 기존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새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탄탄하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성수기를 맞은 다음달에는 9만6000가구에 달하는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지난해 10월(4만5609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2000년 이후 10월 분양 물량으로는 가장 많은 규모다. 분양시장 호황이 이어지자 건설사들이 그동안 분양을 미뤘던 아파트뿐 아니라 내년에 내놓으려던 물량까지 최대한 앞당긴 결과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분양 물량이 전체의 60%를 웃도는 6만가구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강북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13곳이 공급된다. 용인과 김포, 동탄2신도시 등에서도 5만가구가 나온다.
관건은 ‘공급과잉’ 여부다. 역대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매달 집계하는 주택경기실사지수(HBSI) 중 미분양지수는 이달 들어 80.9로 8월 대비 16.6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분양지수는 지난 5개월간 계속 증가했다.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500개 건설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문을 바탕으로 한 만큼 건설사들도 미분양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 대구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미분양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음을 건설회사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별로 시장 온도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입에 앞서 적정 분양가와 자금 여력 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