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브랜드명에서 '스탠다드차타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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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행장 "이름 어려워 인지도 떨어져"…한국 진출 10년 만에 새 전략
박 행장의 지속적 요청에 영국 SC그룹도 수용
브랜드명 확정해 내달 교체
"금융상품·영업전략 등 한국에 더 친숙해져야"

한국SC은행의 행명 변경은 박종복 행장(사진)의 지속적인 요청을 영국 SC그룹이 수용한 것으로, 앞으로 그의 공격적인 영업 행보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행장은 SC그룹이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처음 임명한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다.○‘스탠다드차타드’ 떼는 SC은행
2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 SC그룹은 지난 1월 취임한 박 행장의 지속적인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 사업에서 스탠다드차타드라는 명칭을 쓰지 않기로 했다. SC그룹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SC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바꿨고, 2011년 말에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다시 회사명을 변경했다. 이번에 4년 만에 브랜드 전략을 재차 수정하는 것이다.
박 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라는 명칭이 길고 어려워 한국에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그룹 수뇌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SC은행은 다음달 새 이름을 확정한 뒤 서울 공평동 본점 간판 교체와 브랜드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제일은행 출신인 박 행장은 애초 SC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되돌릴 것을 영국 본사에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이 발전하려면 장년층에게 여전히 인지도가 높은 옛 제일은행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본사와의 협의에서 ‘SC제일은행’은 이미 사용했던 이름이라는 점, 미래 고객인 젊은 층의 제일은행 인지도가 장년층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SC’로만 은행명을 쓰기로 했다.
○한국화 전략 가속화한다
SC그룹은 중국에선 차타은행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중국인이 부르기 좋도록 그룹명의 일부만 음차해 쓰는 일종의 현지화 전략이다.
박 행장은 “SC은행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한국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은행 이름부터 금융상품의 내용, 영업전략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가 취임한 뒤 경영실적은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646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SC은행은 올 1분기 32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고 2분기엔 순이익을 790억원으로 늘렸다. 올 상반기에만 11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SC은행 관계자는 “SC은행에는 과거 제일은행 시절의 영업망과 충성도 높은 고객이 남아있어 재도약의 여지가 충분하다”며 “한국화 전략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