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2500만원 주고 타는 최상의 선택, 4세대 스포티지

단단해진 차체 강성…'성능·연비' 개선
넓어진 실내 공간에 소비자 선호도 올라갈 듯
신형 스포티지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 제공=기아차)
[ 김정훈 기자 ] 당신이 2500만원 선에서 신차를 장만하고 싶다면 어떤 차를 살까.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 매장을 둘러봐도 이 가격에 고를 만한 차는 많지 않다.

만일 승용이 아닌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찾는다면 구매 목록은 더 줄어든다. 티볼리, QM3, 트랙스, 혹은 투싼이나 스포티지 정도랄까. 수입차로 시선을 돌리면 푸조 2008 뿐이다.기아차가 5년 만에 내놓은 4세대 신형 스포티지는 아마도 2500만원 안팎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격 대비 제품 구성이 좋아서다. 기아차는 풀 체인지 모델을 준비하면서 소비자 눈 높이를 적절하게 맞춘 듯하다.

지난 22일 W호텔에서 춘천을 돌아오는 왕복 140㎞ 구간에서 신형 스포티지를 타봤다. 시승 모델은 2.0 디젤 2WD. 버튼시동 스마트키 사용은 프레스티지(2518만원) 등급 이상에서 고를 수 있다.

기아차에 따르면 대다수 구매자들이 2500만원대부터 스포티지를 구매하고 있다는 통계 수치가 나왔다. 사전 계약자 중 프레스티지와 노블레스(2601만원) 구매 비중은 각각 32%, 38%를 차지해 전체 70%에 달한다. 1.7L 디젤 모델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2.0 디젤 구매자들은 2500만~2600만원대에 몰렸다. 물론 매립형 내비게이션과 파노라마 선루프는 선택 품목이다.가격 대비 상품성 측면에서 스포티지는 잘 만들어진 차다. 단단해진 주행 품질, 이전보다 다듬어진 인테리어, 넓어진 실내공간, 고속 주행 연료 효율 등은 투싼와 치열한 내부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실내는 고급스럽다. 2000만원대 SUV가 맞는지 의심이 갈 만하다. 센터페시아의 네 줄짜리 기능 버튼 구성은 정리가 잘 돼 있다.

3세대 스포티지 대비 운전석 공간은 넓다. 뒷좌석에도 앉아봤다. 30㎜ 늘어난 휠베이스 덕에 무릎 공간이 소형 SUV 차량보단 꽤 여유 있다. 2열 시트백 기울기 조절(리클라이닝 기능)이 가능해 승차감은 한결 나아졌다. 공간 활용도 측면에선 티볼리나 QM3보단 이점이다.최대 출력과 토크는 각각 186마력, 41.0㎏·m. 운동 신경은 무난하다. 주행모드는 에코, 스포츠, 노멀 3가지를 지원한다. 초반 가속은 시원하다. 그런데 속도가 붙는 움직임은 세단처럼 민첩하진 않고 반응이 좀 더디다.

7단 DCT(더블 클러치 변속기) 대신 6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대목은 약간 아쉽다. 디젤 차 특유의 소음·진동은 수동모드로 1~3단 저속 기어를 조작할 때 거칠어진다. 그러나 5~6단 변속에선 주행감이 부드럽다.

이날 주행 코스는 서울~춘천고속도로 구간에서 주로 이뤄졌다. 시내 주행을 피해 도심 연비는 확인할 순 없었으나 고속 연비는 준수했다. 19인치 휠을 장착한 모델의 복합 연비는 13.8㎞/L. 에어컨을 켜고 간혹 급가속을 해도 장거리 고속 주행이어서 L당 평균 15~16㎞대를 유지했다. 다소 거칠게 탈 때도 표시 연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 연비가 개선된 점을 확인했다.시승 후 차 문을 여러차례 열었다가 닫아봤다. 이전보다 소리가 묵직하고 부드럽게 들린다. 초고장력 강판 사용을 이전 18%에서 51%까지 확대해서인지 차체 강성이 단단해진 결과로 보인다. 꼼꼼해진 도어 마감재까지 기본 품질은 향상됐다.

외관 디자인에 대한 논란 여지는 남아 있다. 긍정과 부정 두 부류로 갈린다. 헤드램프가 보닛 위까지 올라가면서 포르쉐 마칸, 닛산 쥬크도 언급되는 상황. 최근 현대·기아차 풀 체인지 모델 중 가장 파격적인 변화다. 만약 달라진 디자인이 싫다면 투싼 또는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차종을 고르는 수 밖에.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