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년 '숨막히는 시장'] 애플도 '최신폰 교체' 판촉하는데…한국선 가격경쟁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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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잃은 한국 이통시장
경쟁 활발한 미국, T모바일·스프린트…임대폰 등 마케팅 경쟁
소비자 선택 폭 준 한국, 이통사 '붕어빵식' 서비스
과도한 규제로 혁신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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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포화와 중국의 저가 휴대폰 확산 등으로 글로벌 이동통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고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서비스 경쟁 활발한 미국
버라이즌 등 미국의 주요 이통사는 최근 약정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요금 서비스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할부 정책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최근엔 월 10달러 이내의 금액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빌려 쓸 수 있는 제도까지 나왔다. T모바일의 ‘점프 온디맨드’와 스프린트의 ‘아이폰 포에버’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T모바일의 점프 온디맨드는 기존 단말기를 반납한 뒤 최소 월 5달러에 아이폰6s를 임차해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18개월이 지난 뒤 단말기를 반납하거나 일정액을 주고 살 수 있다. 스프린트는 최소 월 1달러에 아이폰6s를 빌려 쓸 수 있는 아이폰 포에버 프로그램으로 맞불을 놨다. 약정은 22개월로 좀 더 길지만, 월 1달러로 최신 아이폰을 쓸 수 있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애플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도 시장을 지키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활발하다. 애플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내놓기 전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1달러만 내고 30일 동안 갤럭시S6엣지, 갤럭시S6엣지플러스, 갤럭시노트5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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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규제하면서 통신사들의 서비스 혁신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의 선택과 이익을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들은 요금 경쟁 대신 붕어빵식 ‘미투 전략’만 고수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4~5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이 일제히 선보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월정액, 데이터 제공량 등 기본 구조가 거의 같았다. 또 최근 잇따라 내놓은 청소년·노인용 데이터 요금제 역시 일부 서비스만 추가했을 뿐 차별화는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이용자 차별이 크게 줄었다지만 결국 경쟁이 준 탓에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