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사상 최저에도 회사채 금리는 수개월째 제자리

경기둔화 우려에 채권수요 적어
실적 뛰어난 기업도 제값 못받아
국고채 금리가 올 들어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회사채 금리는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국내 대기업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부족해진 탓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58%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초 종전 사상 최저기록인 연 1.692%(올 4월17일)를 하향 돌파한 데 이어 계속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연 1.525%로 사상 최저 기록을 다시 썼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연 1.50%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수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인하해 침체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반면 회사채 금리는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량 회사채로 불리는 ‘AA’ 신용등급은 3년물이 연 2.03%로 지난달 이후 0.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4월 사상 최저 기록인 연 1.899%와 비교하면 0.13%포인트 상승했다. 회사채 금리의 기준(benchmark) 역할을 하는 국고채 금리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격차는 기업의 부도 우려와 비례한다는 점에서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로 불린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위적인 기업 실적 둔화 우려와 신용등급 강등 추세로 채권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업종 안정성이 뛰어난 기업들의 채권도 수요 부진 탓에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경쟁입찰 방식의 청약)을 진행한 하이트진로홀딩스와 SK브로드밴드 채권은 채권평가사 평가금리보다 소폭 높은 금리(낮은 가격)로 발행을 확정했다. 일반적으로 국고채 금리 하락기에 고가(낮은 금리) 청약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요 부진이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19개 기업 중 6곳(31%)은 모집금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