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홈플러스 매각 반대위원회의 '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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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증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MBK 김병주는 고용을 보장하라.”
6일 오전 서울 이태원로 27라길.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집 앞이었다. ‘홈플러스 매각 반대 시민대책위원회’ 소속 10여명은 이곳에서 고용 보장을 외치며 MBK를 ‘투기자본’으로 몰아붙였다.이런 집회가 처음은 아니었다. 9월에는 영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벌였고 서울 태평로의 MBK 사무실 앞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견디다 못한 MBK는 얼마 전 사무실까지 옮겼다. 그러더니 이젠 이태원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까지 시위꾼들의 구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 노조도 참여하고 있는 시민대책위가 요구하는 것은 ‘고용 보장’이다. MBK가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지 않고 ‘먹튀’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직후 고용 보장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가뜩이나 노조의 힘이 센 한국이다. 감원은 적자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하물며 홈플러스는 멀쩡한 우량기업이다. ‘사모펀드=투기자본’이라는 등식도 분별 없는 주장이다. 기업을 인수한 뒤 실적을 끌어올려 재매각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임무다.“사모펀드가 지나간 기업들은 모두 무너졌다”는 집회 참석자의 주장도 틀린 말이다. 그동안 국내 사모펀드들이 사들인 삼양옵틱스(보고펀드), 웅진식품(한앤컴퍼니), 캐프(IMM PE) 등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MBK가 인수한 코웨이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 시민대책위에 소개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 워크아웃 중인 엔지니어링업체 삼안이다. 홈플러스 노조처럼 삼안 노조도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이다. 하지만 삼안 노조는 간절히 매각을 원한다. 인수 후보는 코스닥업체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의 컨소시엄이다. 이들도 과거에는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반대했다. 하지만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직원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자 뒤늦게 일자리를 지켜야겠다는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온갖 민폐를 끼치며 시위를 벌이는 시민대책위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