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감사제' 내년 도입 추진] "조선·건설 회계 투명성 높아져"…"회사 기밀유출 등 부작용 크다"

수주산업 회계감사 '대수술' 논란

IFRS 도입보다 큰 파장
'적정' '비적정' 단문형에서 감사과정 중요·위험 사항 등 서술형으로 구체적 공개
"수주산업 불신 해소해야", "영국·프랑스만 도입…시기상조"
금융위원회가 수주산업에 대해 ‘핵심감사제(KAM)’를 조기 도입하려는 것은 최근 조선·건설회사의 잇단 대형 분식 스캔들에 따른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고 회계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KAM을 도입하면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회계 정보와 위험 요인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많은 KAM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기엔 한국의 회계감사 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데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감사기준 개정 이후 첫 도입

그동안 시장에선 외부감사인이 기업을 감사한 뒤 공시하는 감사보고서에 대해 정보가치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은 99%가 ‘적정’이다. 나머지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 비적정 의견은 1%에 그쳤다.

이런 단문형 감사보고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감사 과정의 중요사항, 위험사항을 함께 서술하는 장문형 KAM 도입이 국제적으로 추진돼왔다.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에선 국제감사기준(ISA) 개정을 통해 국가별로 2016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부터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KAM과 비슷한 제도를 이미 도입한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아직 KAM 도입을 확정한 국가는 없다.한국은 2018년 전체 상장사에 KAM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의혹이 불거지자 수주산업에 한해 2016년 재무제표부터 미리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수주산업에 KAM을 적용하면 사실상 세계적으로 국제감사기준 개정에 따른 첫 도입사례가 된다.

예를 들어 외부감사인이 ‘적정’ ‘부적정’ 판단을 내리면서 ‘사업부실가능성’ ‘환손실위험’ 등 기업들이 공시하지 않은 재무정보까지도 병행해 기재하게 된다.

○제도 도입 놓고 찬반 논란KAM은 투자자들에겐 크게 환영받을 제도다. 수백쪽에 달하는 사업보고서에 재무제표와 주석을 일일이 살펴보지 않아도 3~5쪽짜리 감사보고서만 보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재무정보가 무엇인지, 이 기업을 감사한 외부감사인은 감사과정에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KAM을 도입하면 회계사들이 보다 신중하게 감사를 진행하게 되고 기업들은 감사 협조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AM 도입이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KAM은 감사 품질과 투명성이 높아져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지만 회사 기밀 노출 우려, 소송 확대 가능성 등으로 기업과 상당수 회계사들은 조기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제도 시행에 앞서 고쳐야 할 법·규정도 많다. 우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 누설을 금지한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KAM 작성과 관련해 기업과 협의가 안 돼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로 인해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규정 개정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감사인이 기업과 협의가 불가능할 경우엔 감사인이 감사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보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KAM을 1년 만에 당장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며 “‘빅4 회계법인’을 제외하면 KAM을 감당할 수 있는 회계법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