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대한민국 미래 없다] CEO 연임→검찰 수사→중도낙마…정부 손 타는 '유사 공기업' 실적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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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창간 51주년 기획 - '단임의 늪'에 빠진 한국‘단임의 늪’에 빠져 있는 건 정부, 공공기관, 공기업뿐만 아니다. 정부가 최대주주였다가 민영화된 대기업들과 금융회사들 사정도 비슷하다. 최고경영자(CEO)가 통상 3년인 임기도 채우지 못하거나,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임기 중 검찰수사 등으로 중도 퇴진하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민영화된 기업 'CEO 리스크'
과거 정부가 주인이었던 포스코 KT KB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적 철강회사인 포스코의 이구택 전 회장과 정준양 전 회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연임 임기 도중 퇴임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수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석채 전 KT 회장도 연임에 성공했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검찰 기소로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이 전 회장은 최근 1심 재판부에서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차라리 포스코 등 기업 CEO 임기를 대통령과 같은 5년 단임으로 하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재계 분위기를 전했다.한때 리딩뱅크였던 KB금융도 금융권에선 가장 정권의 ‘손을 많이 타는’ 금융사로 꼽힌다. KB금융지주에서는 황영기 1대 회장이 금융당국의 징계에 따라 중도 사임했고 어윤대 2대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임영록 3대 회장은 이른바 ‘KB사태’로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뒤 해임됐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으로 탄생한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초대 김정태 행장이 금융당국의 징계로 연임을 못한 데 이어 강정원, 민병덕, 이건호 전 행장은 모두 중도 퇴진했다.
CEO의 불안정한 위상은 기업 경쟁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CEO는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직전 CEO가 폈던 경영전략을 180도 뒤집기도 한다. 이를 잘 아는 직원들은 CEO 눈치만 보거나 단기 입맛만 맞추려 한다.
6개월 넘게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9.7% 줄었다. KT는 작년 966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은 전임 CEO가 연임에 실패하고 물러난 뒤 상반기에만 3조8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줬다.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에 내줬다. KB금융과 대조적으로 신한금융은 CEO가 연임하며 장단기 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KB금융의 CEO가 임기도 채우지 못한 탓에 경영 연속성이 사라지면서 성장동력이 뚝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송종현/김일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