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대한민국 미래없다] 대기업 '파이' 뺏어 외국계에 숟가락 쥐여준 적합업종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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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창간 51주년 - 규제에 갇힌 기업들
공공기관 급식·MRO 등 외국계사·일부 중견기업이 독식
LED조명은 결국 업종규제 해제
대형마트 영업 규제했지만 전통시장 매출은 제자리
소비자 불편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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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만 낳은 LED조명시장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11월 LED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사업 확장 및 신규 진입 자제 등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스미토모화학과의 합작 사업을 포기하는 등 대기업들이 공공 부문 LED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후 공공시장에서는 몇몇 중소기업이 시장을 과점했다. 또 소매 LED조명 시장에서는 필립스 오스람 등 외국 기업이 약진했다. 부작용이 커지면서 결국 LED조명은 지난 1월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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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1년 공표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가이드라인’에서 내건 목표는 대기업 MRO의 과도한 이익을 막고 우월한 지위를 통한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공공기관의 소모성 자재 구매 때 중소기업에 우선 계약권리를 주는 법률도 제정했다. 이 결과 삼성은 아이마켓코리아를 인터파크에 매각하고, SK는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등 대기업의 시장 철수가 잇따랐다. 그러나 주인만 바뀐 아이마켓코리아 등이 여전히 승승장구하면서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는 많지 않았다.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각종 혜택이 많은 대기업 MRO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자체 구매인력 확충 등으로 비용만 더 들어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중소기업 설 자리 없는 공공 급식
정부는 2012년 3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공공기관 급식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중소 급식업체의 참여를 확대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등 대기업이 배제되자 외국 기업과 동원홈푸드 등 일부 중견기업이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중소 급식업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대기업만 떠나면 중소기업이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순진한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효성 없는 대형마트 규제전통시장을 육성하겠다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월 2회 공휴일을 의무적으로 휴업토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공휴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영업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규제에서 빠진 하나로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에 갈 수 있어 실제 소비자가 전통시장에는 가지 않는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전통시장의 매출은 별로 늘지 않으면서 주말에 쇼핑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 등 소비자에게 불편만 끼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