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vs 신세계 이번엔 '먹거리 전쟁'

식품사 인수하는 신세계
간편식 시장 뛰어든 롯데
"식품이 마트 경쟁력 좌우"
총수들도 깊은 관심
유통업계 최대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의 ‘먹거리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두 그룹은 최근 식품계열사인 롯데푸드와 신세계푸드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새로운 사업영역에 뛰어드는 등 식품부문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양사 대형마트 매출을 이끌고 있는 자체상표(PB) 식품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롯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식품 분야에 취약한 신세계는 최근 M&A와 시설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식품 개발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하고 제조 설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8일 음료 프랜차이즈 회사인 스무디킹코리아를 인수했다. 최웅조 신세계푸드 부장은 “스무디킹의 음료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PB 음료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1일에는 연매출 150억원 규모의 냉동만두 제조사 세린식품을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충북 음성에 615억원을 투자해 음성식품가공센터를 지었다. 연간 700억~800억원 규모의 간편식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신세계푸드의 잇따른 투자에는 식품사업을 강화하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비전 2023’을 발표하면서 급식과 식자재 공급업을 주로 하던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6500억원 선인 식품 매출을 일곱 배 이상 늘어난 5조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식품 차별화에서 나온다는 판단에서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평소에도 PB 식품 브랜드 피코크의 피자 해물탕 장류 등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는 등 식품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식품사업이 모태인 롯데는 스낵 초콜릿 음료 등에 치중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삼강, 롯데햄, 파스퇴르를 합병해 출범한 롯데푸드를 중심으로 최근 급성장하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삼각김밥과 도시락을 일부 생산하고 있는 롯데푸드는 4개 공장에 간편식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현재 세븐일레븐과 롯데마트 등 계열 유통매장에서 시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다. 롯데푸드 측은 “4분기 중 공장을 본격 가동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B 상품과 함께 일반 제품(NB)도 함께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면류, 조미식품, 드레싱, 디저트류 등 다양한 분야의 간편식이 나올 것으로 식품업계는 예상하고 있다.롯데와 신세계가 식품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대형마트의 매출 증대에 PB 식품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1분기 피코크 브랜드 등 PB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다. 13분기 연속 하락하던 이마트의 분기별 매출을 증가세로 돌리는 데 PB 식품이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마트에서도 2009년 20% 정도였던 PB 매출이 올 들어 26.4%까지 높아졌다. 2017년까지 전체 매출 중 PB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롯데는 예상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