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콩쿠르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콩쿠르(concours)는 프랑스어로 경쟁이란 뜻이다. 원래는 조각상이나 기념비를 만들 때 예술가들을 경쟁 출품토록 해 좋은 작품을 뽑는 대회형식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조각상을 4명의 조각가에게 경쟁시켜 만든 사례가 있고, 중세 이탈리아에선 공공건축물을 콩쿠르 방식으로 짓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는 음악경연대회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서양음악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콩쿠르 입상은 한국의 음악 위상 그 자체였다. 1954년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던 ‘음악신동’ 한동일이 1965년 뉴욕 리벤트리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인들은 그때 처음 콩쿠르라는 말을 들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같은 대회에서 2년 뒤 또 한 번 우승 소식을 전했다.이후 한국은 ‘세계 3대 콩쿠르’에 도전하면서 한국 음악계의 수준을 높여왔다. 3대 콩쿠르는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콩쿠르, 벨기에의 퀸엘리자베스콩쿠르, 폴란드의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다.

첫 인연을 맺은 건 차이코프스키콩쿠르다. 1974년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등을 차지해 문을 열었고 1990년 최현수가 성악부문에서 우승했다. 특히 올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 열린 올해 콩쿠르에서 남녀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피아노 부문에서 2, 3위, 바이올린 부문에서 3위에 오르는 등 5명이 한꺼번에 입상하며 ‘싹쓸이’했다.

퀸엘리자베스콩쿠르는 우리 연주자들이 꾸준하게 성적을 올려온 대회다. 1976년 강동석(바이올린), 1985년 배익환(바이올린), 1995년 박종화(피아노), 2005년 권혁주(바이올린), 2009년 김수연(바이올린) 등이 입상 실적을 쌓아오다 마침내 지난 5월 열린 올해 콩쿠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우승했다. 이 대회 성악부문에선 이미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 2014년 소프라노 황수미가 우승했고 작곡부문에선 2009년 조은화, 2010년 전민재 등이 1위를 차지했다.유독 쇼팽콩쿠르와는 인연이 멀었다. 2005년 임동민, 임동혁 형제가 공동 3위에 오르기 전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엊그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막을 내린 제17회 쇼팽콩쿠르에서 드디어 조성진이 우승을 차지했다. 5년에 한 번씩 16~30세 연주자들이 쇼팽의 곡으로 실력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27개국 160명을 물리친 쾌거다.

한동일 이후 50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콩쿠르 우승 소식은 애호가들을 환호하게 한다. 그것도 쇼팽콩쿠르임에야.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