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9000억 뉴욕 호텔 인수…작년 ASK 서밋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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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2015 글로벌 인프라·부동산 투자 서밋지난해 11월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미국 부동산 중개회사 호지스워드엘리엇(HWE)의 릭 러시 상무는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ASK 2014 부동산 투자 서밋’에서 세션 토론자로 나선 안주영 DTZ코리아 상무를 눈여겨봤다. 안 상무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회사인 DTZ 한국법인에서 투자 자문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한국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를 잘 알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러시 상무는 행사 직후 이메일을 보냈고 다음날 두 사람은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 마주 앉았다. 호텔롯데가 뉴욕 맨해튼의 상징 중 하나인 팰리스호텔(사진)을 인수하는 역사적 거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ASK, 역사적 거래 산파 역할
안 상무는 고객사인 호텔롯데가 미국 주요 도시의 고급 호텔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러시 상무는 미국 호텔 투자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두 사람은 곧바로 의기투합했고 적당한 매물을 찾기 위해 뉴욕에서 두 번째 미팅을 했다. 뉴욕을 대표하는 호텔 중 플라자호텔은 인도 자본에,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은 중국 자본에 이미 넘어간 상황. 미국 사모펀드인 노스우드가 보유하고 있던 팰리스호텔이 롯데가 인수할 만한 유일한 호텔이란 결론을 내렸다.안 상무가 롯데 측에 의향을 타진했고, 러시 상무는 친분이 두터운 노스우드 관계자를 만나 롯데의 인수 의향을 알렸다. 노스우드는 롯데가 한국 최대 호텔 운영업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해 매각을 결정했다. ASK 서밋에서 만난 두 중개자가 각각 매도자와 인수자의 입맛에 맞는 상대를 찾아내 연결한 것이다.
거래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ASK 서밋 행사장에서 두 사람이 만난 지 6개월 만인 지난 5월 롯데와 노스우드는 팰리스호텔 매매 계약서에 서명했다. 매매 가격이 8억500만달러(약 9000억원)에 달하는 ‘메가딜’이 성사됐다. 뉴욕팰리스호텔은 지난 8월 말 ‘롯데 뉴욕팰리스호텔’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SK 서밋에 참석한 러시 상무는 22일 “계약을 종료한 뒤 중국의 한 투자자도 팰리스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ASK 서밋을 통해 적기에 안 상무를 만나지 못했다면 역사적인 딜을 중국 투자자에게 빼앗길 뻔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