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패배주의 역사인식 바로 잡아야"…문재인 대표 "절벽 마주한 느낌"

박 대통령-야당 지도부, 역사교과서 날 선 공방…이견만 확인한 5자 회동

거친말까지 오고간 1시간50분…합의문도 못내
김무성 "친일 미화 주장, 많이 참아 왔는데 옳지 않다"
문재인 "경제 어려운데 국정화 왜 매달리는지 이해 못해"
< 웃으며 인사는 했지만…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와 회동에 앞서 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egkang@hankyung.com
< 웃으며 인사는 했지만…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와 회동에 앞서 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2일 만났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경제활성화법 국회 처리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 차만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만남은 지난 3월17일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문 대표의 3자 회동 이후 7개월 만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해 달라는 야당 측 요구에 박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을 놓고도 양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여야 대표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말이 거칠어지기도 했다.약 1시간50분간 대화가 진행됐지만 여야가 23일 경제활성화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3+3 회동(원내대표, 정책위원회 의장, 원내수석부대표)을 하자는 것 외엔 뚜렷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때문에 합의문도 없었다. 여야가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 차를 확인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정기국회 운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문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정 역사 교과서는 친일 미화,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도 “국정교과서는 다양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무시하고 획일화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박 대통령은 “패배주의를 가르쳐서 되겠나. 국정 역사 교과서는 이걸 바로잡자는 취지”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펴내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야당이 국정교과서에 대해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주장을 반복하자 “아직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 그렇게 주장하지 말라”며 “많이 참아 왔는데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교학사 교과서 사례를 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대표는 “교학사 교과서도 검인정 교과서였다”며 국정 체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진이 특정 인맥으로 구성돼 있고 6·25전쟁을 남북 공동 책임으로 보고 있다”며 “읽어보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부끄러운 것으로 기술돼 있다”고 지적했다.반면 이 원내대표는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사실이 교과서에 분명히 나와 있고 식민지배 등 치욕의 역사도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좌편향된 역사관은 극소수 학자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교과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거론하며 “우리 아이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왜 알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공방이 지속되자 원 원내대표는 “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등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국회는 각종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데 힘을 쏟자”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역사 교과서에 대한 논쟁이 30분가량 지속됐다”고 전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