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의 질주…내 심장도 시속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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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Joy - 스피드 본능 깨우는 카레이싱의 세계지난 18일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종전이 열린 전남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 슈퍼6000 클래스에 출전한 최대 436마력의 레이싱카들이 굉음을 내며 시속 300㎞로 질주한다. 고막이 찢어질 듯 요란한 소리가 관중석까지 진동한다. 이날 결승전에는 3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인근 목포에서 아내, 두 딸과 함께 온 40대 유모 씨는 “모터스포츠를 평소 즐긴다”며 “F1 경기 때도 왔었는데 최종 결승전이라 직접 찾았다”고 말했다.
국내 모터스포츠 '투 톱'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한·중·일 3개국 5개 서킷서 개최
KSF, 현대차 계열사에서 주관…한 가지 레이싱카만 참가 가능
세계에선 대중적인 스포츠
F1 그랑프리, 올림픽·월드컵 버금…WRC, 현대차도 월드랠리팀 참가
대회 규정 알고 봐야 재미 두 배…배우 류시원 보러 일본서 오기도
이번엔 SBS 예능프로그램 ‘더 레이서’ 촬영 덕분에 연예인 레이싱팀을 응원하러 온 여성 팬도 제법 많았다. 외국인도 심심찮게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50대 일본인 여성은 “영암에 자주 오고 있으며 이번엔 류시원 선수를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국내 모터스포츠 양대산맥
국내 모터스포츠의 양대산맥은 CJ그룹이 후원하는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이 주관하는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이다.
슈퍼레이스는 2006년 첫 대회를 열었으며 2013년부터는 해외에서도 경기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5개 서킷에서 지난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 7개월간 열렸다.
KSF는 2003년 아마추어 경주를 기반으로 만든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이 발전한 원메이크(한 가지 레이싱카만 참가하는 경주) 대회다.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제네시스 쿠페10, 제네시스 쿠페20)은 최상위 클래스. 아마추어들이 참가할 수 있는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 K3쿱 챌린지 레이스 등도 있다.○F1 ‘세계 3대 스포츠’
포뮬러원(F1)과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양대 자동차 경주대회다.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F1 그랑프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힌다. 1년간 세계 20개국을 순회하며 총 20라운드 경주를 벌인다. 출전 차량인 F1 머신은 대당 100억원을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10년부터 4년간 영암 대회를 열었으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개최지에서 빠졌다.
WRC는 연간 생산량 2만5000대가 넘는 양산형 모델을 개조한 차량들이 경주를 펼친다. 세계 13개국의 다양한 지형과 기상 조건에서 레이싱하는 만큼 혹독한 경주로 유명하다. 188개국에서 연간 6억2000만명이 TV로 시청하며 350만명이 현장을 찾는다. 현대자동차는 2003년을 끝으로 WRC 무대를 떠났다가 월드랠리팀을 꾸리고 지난해부터 다시 참가하고 있다.○모터스포츠 2배 즐기는 법
카레이싱은 대회 규정을 알고 봐야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드라이버 순위는 정해진 랩(바퀴)을 최단 시간에 완주한 순서대로 결정된다. 출전 차량의 결승 출발 순서는 예선 순위대로 정해진다. 예선 1위를 한 차량은 결승전에서 맨 앞으로 나서는 기회가 주어진다. 팀 챔피언과 개인 챔피언은 라운드별 합계 점수로 최종 순위를 결정짓는다.
경기 중 다양한 색상의 깃발도 등장한다. 체커기(마지막 바퀴 알림) 황색기(사고 알림) 흑색기(규정 위반) 흰색기(고장, 응급상황) 적색기(경기 중단)는 경기 흐름을 알려준다. 출전 선수 명단을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팀 순위나 드라이버 성적 등을 보면 경기 이해도가 빨라진다. 만일 응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 경기에 더욱 빠져들 수 있다. 경기 장면을 기록하고 싶다면 사진보다는 동영상을 촬영하는 게 좋다. 레이싱카의 굉음에 귀가 아프다면 사전에 귀마개를 준비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레이싱 대중화 위해 국가 대항전 기획중”
김준호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조직위원장
“한국에서 모터스포츠 대중화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김준호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조직위원장(사진)은 지난 18일 기자와 만나 “모터스포츠 붐을 일으키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관중이 서킷을 찾고 안방에서도 경기를 많이 시청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모터스포츠 대중화를 위해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모터스포츠팀이 해외에 진출하고 외국 유수의 팀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슈퍼레이스가 최상급 종목인 슈퍼6000을 내세워 아시아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대항전을 통해 아시아의 대표 모터스포츠 대회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2년 이후 매년 25% 이상 슈퍼레이스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는 SBS 주말 예능프로그램 ‘더 레이서’가 방송을 타면서 작년보다 30% 이상 관람객이 증가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부터 케이블방송 XTM과 손잡고 국내 모든 경기를 생방송으로, 해외 경기는 녹화 방송으로 전했다”며 “방송 콘텐츠가 대중에게 모터스포츠를 쉽게 설명하고 관심과 재미를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그는 올해 슈퍼레이스 최종전을 마치면서 아쉬움도 남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올 시즌 여러 해외 팀을 유치하지 못했고 경기당 1만 관중 유치에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도 당찼다. 그는 “내년 시즌은 중계방송 범위를 늘리고 해외 팀들의 참가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