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FO 리포트] 어음 막던 '경리'→구조조정 살생부 담당→이젠 'CEO 오른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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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5
재무팀의 어제와 오늘
신성장동력 찾고 M&A전략 짜
어디에 얼마큼 투자할지 결정
핵심정보 쥔 만큼 '보안'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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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팀의 역할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부채비율이나 재무구조 등이 기업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기업 파산을 막기 위해 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도 이들의 임무였다. 외환위기 이후 역할은 ‘기업 구조조정 본부’였다고 할 수 있다. 매일 경영진단을 하면서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당시 재무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생부’를 만드는 것 같았다”고 회고하곤 한다.
2000년대 들어서도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회계 시스템 선진화에 주력했다. 신성장 동력을 찾는 업무도 도맡았다. 기초시장 조사와 사업성 분석, M&A 전략 등을 마련하며 ‘최고경영자(CEO)의 오른팔’로 급부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사업재편과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기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도 이들의 몫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CFO 역할은 CEO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주요 업무 다루다 보니 보안이 생명
대기업 재무팀은 통상 자금그룹, 회계그룹, 세무그룹으로 나뉜다. 자금그룹은 자금 입출과 조달 운용 등을 맡는다. 매일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점검해 입출금이 차질없도록 하는 게 주요 임무다.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동시에 여유 자금을 굴리는 일도 한다. 외환 관리, 원자재 시황, 세계 증시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해외 투자자들과도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일일 리포트를 작성한다. 자금조달 및 운용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이 책임져야 한다.
회계그룹은 국내 계열사, 해외 계열사 등을 연결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역할을 한다. 세무그룹은 수출입에서 발생하는 세무 문제를 예측, 해결하고 신규 투자와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무 리스크를 책임진다. 이런 역할이 합쳐진 재무팀은 기업의 움직임과 돈의 흐름을 한눈에 보고 있다. 기업의 성장성과 건전성도 가늠할 수 있다. 사업부별 성과도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다.회사의 핵심 정보를 쥐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재무팀은 철저한 ‘보안’을 요구받는다. M&A 정보나 계열사 구조조정 등의 정보가 새어나가면 수개월에서 수년을 공들인 프로젝트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B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실적이나 M&A 발표를 앞두고는 동료가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까지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며 “몇 달간 다른 부서나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는 동기들과 연락하는 것도 차단한 채 은둔하며 살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보라/도병욱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