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조항 없다며 한·중 FTA 발목 잡는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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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30일 예정된 비준 참가보류 통보…연내 발효 불투명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발효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FTA 협상 품목과는 상관없는 다른 조항을 지적하며 여·야·정 협의체 참여를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하면 내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에나 비준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조업·미세먼지·검역
새정치연합, 미흡사항 세 가지 지적
통상당국 "외교 사안일 뿐"
올해 안에 발효 안될 경우 수출 손실 13억달러 예상
○野 “미세먼지 대책 부족하다”통상당국 관계자는 26일 “새정치연합이 한·중 FTA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오는 30일로 예정된 한·중 FTA 비준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참가 보류를 통보했다”며 “여·야·정 협의체가 언제 다시 열릴지 지금으로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미 지난 23일 개최한 ‘한·중 FTA 대책회의’에서 한·중 FTA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정부에 문제점으로 지적한 한·중 FTA 협상 미흡 사항은 세 가지다. 한·중 FTA 협정문에 불법조업(IUU)에 대한 방지 조항이 반영되지 않았고, 중국의 미세먼지 및 황사와 관련한 대책 조항이 없으며, 중국산 식품회사에 대한 현지검역권이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FTA와 무관하다는 게 통상당국의 설명이다. FTA 협상에선 무역과 투자에 관련한 사항을 주로 논의하고 불법조업 문제나 미세먼지 해소 방안 등은 선언적인 문구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FTA 타결을 하고 국회 보고 과정에서 문제가 된 건 쌀이나 자동차, 소고기 등 품목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번엔 품목 협상에 대한 지적은 없고 다른 문제가 나와 황당하다”며 “미세먼지 등의 문제는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야 할 사항으로 FTA 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멀어지는 국회 비준
통상당국은 당초 여·야·정 협의체 가동 시기의 마지노선을 이달 말(30일)로 정했다. 통상 여·야·정 협의체가 운영되기 시작하면 서너 번 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협의체를 통해 논의한 뒤 늦어도 11월엔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을 받는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6월4일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한·중 FTA 비준안은 8월31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됐고, 지난 12일에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11월까지 비준을 마치지 못하면 중국도 올해 안에 비준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비준이 안 되면 내년 총선 후 21대 국회가 구성된 뒤에야 논의가 가능한데 그렇게 되면 비준 시기가 일러야 내년 하반기가 된다”고 우려했다.한·중 FTA는 발효 즉시 ‘1년차’가 되는 방식으로 타결됐다. 올해 12월31일에 발효되더라도 내년 1월1일부터는 발효 2년차가 된다. 따라서 발효가 내년으로 미뤄지면 관세율 인하 시기도 1년씩 늦춰진다. 이에 따른 수출 손실은 연간 13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한·중 FTA가 발효돼야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비준이 늦어지면 수출 손실은 물론 TPP 협상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