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이면 중소기업 55만명 인력난…2024년까지 단계적 시행을"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 '비상'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 연착륙 방안 공개토론회

정부, 2017년부터 주 68 → 52시간 추진
영세사업장 임금 감소 폭 커 구인난 심화
휴일·연장근무 중복할증땐 8조 추가 부담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면 기업들이 약 55만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장근로를 하지 않으면 수입이 줄어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와 여야는 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68시간인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 심화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 연착륙 방안 모색 및 입법과제’ 공개토론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와 인력 부족은 중소기업 생존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학계 전문가와 김대준 한국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 윤장혁 파일전자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우광호 선임연구원은 “지금도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인력은 10만명 정도 부족하다”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부족한 규모는 약 4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300명 이상 기업의 인력 부족 규모는 10만명 정도로 추정했다. 그는 “중소기업 인력난의 원인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임금 때문”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면 근로자들이 영세한 기업에는 더욱더 취업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특히 영세사업장은 초과근로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주는 경우가 많아 임금 감소폭이 대기업에 비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감소폭은 300명 이상 사업장이 3.6%, 300명 미만은 4.4% 선이 될 것으로 우 연구위원은 추정했다. 그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신규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준 이사장도 “노·사·정 합의안은 존중하되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최종 도입 시기는 2024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혁 교수는 “장시간 근로 관행은 고용인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사용자와 많은 임금을 받고자 하는 근로자의 요구가 일치하면서 형성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 만큼 당사자인 노사 모두 원치 않는 근로시간 단축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휴일·연장근무 중복할증 논란

참석자들은 현행 통상임금의 150%를 주는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중복해 할증해야 한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는 현재 5건의 관련 소송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에 노·사·정이 합의해 이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면 휴일근무 8시간까지는 중복할증 대상이 아니지만, 8시간을 넘겨서 일한 시간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수당을 중복으로 지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각각의 할증률 50%를 합쳐 통상임금의 200%를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윤장혁 대표는 “중복할증해서 지급하면 중소기업들이 8조6000억원의 막대한 부담을 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승길 교수도 “다른 나라보다 높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는 휴일근로 개념이 따로 없고 연장근로에 대해서만 25%의 할증률을 적용한다. 일본의 할증률은 연장근로 25%, 휴일근로 35%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