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휠라·정구호 조합으로 구찌와 톰포드처럼 '재도약'"

29일 서울 가양동 한일물류센터에서 열린 휠라코리아 브랜드 리뉴얼 기자 간담회장. 정구호 휠라코리아 부사장은 휠라 브랜드의 새 로고 색상인 남색 스냅백(모자)을 쓰고 빨간색과 남색 줄무늬의 흰색 트랙 재킷, 폭이 넓은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최근 공식석상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을 고수하던 정 부사장의 파격적인 변모였다.

정 부사장은 본인이 입은 옷에 대해 "전부 내년 3월부터 출시되는 라이프스타일 라인인 '휠라 오리지날레' 제품"이라며 "브랜드 개편을 통해 소비자가 휠라를 재정립한 브랜드정체성(BI)인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로 인식하고 나아가 스포츠웨어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휠라는 내년 봄·여름(S/S) 시즌부터 브랜드를 재정비한다. 이는 올해 상반기 김진면 사장, 김용범 영업본부장에 이어 정구호 부사장 등 삼성물산(옛 제일모직 패션부문) 출신 새 경영진 등용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체제를 갖춘 결과다. 정 부사장은 지난 5월부터 휠라코리아의 CD로 브랜드 재정비 작업을 총지휘했다.

정 부사장은 "본인에게 브랜드 '구호'의 인상이 강하지만 쌈지스포츠를 거쳤고 제일모직에서도 빈폴 브랜드 리뉴얼을 도맡았다"며 "100여년 역사의 휠라 헤리티지(유산)를 어떻게 더 새로운 감각으로 젊은 소비자에게 전달할까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10년 주기로 노화되는 패션브랜드의 특성상 휠라도 이미지가 소진되고 노화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그는 지적했다. 이에 브랜드 정통성에 최신 스트리트 패션과 유행하는 애슬레저(운동과 레저의 합성어) 기조를 더해 브랜드의 인기를 되살린다는 전략이다.

이에 주요 고객층을 스포츠를 즐기는 20~30대 초반으로 좁히고, 제품 라인도 재편했다.

특히 브랜드 전통성을 강조한 '헤리티지' 라인의 새 이름인 휠라 오리지날레가 눈에 띈다. 오리지날레는 휠라 로고를 재해석한 디자인을 담은 데님이나 배기 팬츠, 오버사이즈 티셔츠 등을 선보인다. 남색의 단색 신규 로고를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오리지날레는 빨간색이 가미된 기존 로고를 사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주요 플래그십스토어와 99㎡ 이상의 백화점 매장에서만 제품을 취급하고 다른 매장에서는 한 달씩 지역을 정해 돌면서 선보이는 '노마드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운영하고 있는 각 브랜드에서 한정판 제품인 '휠라 리미타토'를 선보여 보다 고급화시킨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 부사장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을 보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쌓은 브랜드들이 많듯이 헤리티지는 뿌리 격인 중요한 가치"라며 "헤리티지를 갖춘 브랜드는 패션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다양한 변주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정 부사장의 휠라코리아 합류는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에서 함께 일한 김진면 사장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김 사장은 정 부사장에게 직접 열 번 찾아가 설득할 정도로 영입에 공을 들였다.

김 사장은 "1994년 당시 역사를 갖췄지만 주춤하던 명품 브랜드 구찌의 회장을 맡은 도메니코 데 솔레가 디자이너 톰 포드를 CD로 기용해 브랜드를 되살린 바 있다"며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글로벌 안목과 저의 경영능력, 정 부사장의 창의성이 잘 조합되면서 휠라가 크게 재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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