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정법원 합창단

서로 다른 목소리가 모여 하나된 음을 만드는 합창
함께 누리는 기쁨 나누며 어린이들에게 법원 문 열어

여상훈 < 서울가정법원장 shyeo@scourt.go.kr >
필자는 원래 노래 부르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회식자리 끝 무렵 노래방에서 동료들과 흥겹게 두어 곡 부르는 것 외엔 남들 앞에서 격식을 갖춰 노래 부른 적이 없다.

서울가정법원엔 필자가 부임하기 전부터 활동해온 합창단이 있다. 노래를 사랑하는 서울가정법원 사람 30여명이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마다 모여 1시간씩 연습한다. 필자는 올초 서울가정법원장으로 오자마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합창단의 일원이 됐다. 가능한 한 연습날엔 일정을 조정해 연습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역시 노래 부르기는 쉽지 않았다. ‘합창이니까,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니 나야 그저 묻어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그저 착각에 불과했다. 우선 각자 홀로 부른다 생각하며 자신의 호흡과 발성을 연마하고, 자세와 표정을 제대로 잡아야 했다. 특히 입 모양과 표정 연습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광대뼈가 올라가고, 최소한 위 앞니 4개가 보일 수 있도록 입을 벌려야 하는데 그게 그토록 힘들 줄이야.

호흡과 발성 연습을 마치면 그 이후에는 파트별로 연습을 한다. 이땐 같은 파트 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확한 음, 발성과 성량을 서로 맞춰가야 한 사람이 내는 것처럼 일치된 소리를 낼 수 있다. 사실 파트 안에 발군의 실력자가 있으면 많이 의지할 수 있어 좋다. 필자처럼 아직 호흡이 짧아 숨이 차고, 음이 너무 높아 힘들 땐 아무래도 잠시 쉬어갈 수 있으니까.

이렇게 해서 함께 노래를 불러 아름다운 음이 나올 때, 그 순간의 감동과 기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 소리는 모두 함께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스스로 대견해하는 동시에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이런 감정은 합창단원이 되기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합창의 묘미를 알게 되면 함께 노래 부르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11월이면 서울가정법원에 꼬마 손님들이 찾아온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로 구성된 합창단과 입양 어린이 합창단 등 여러 팀이 참여하는 ‘서울가정법원 오픈 코트 및 합창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날 서울가정법원 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앞에서 긴장하지 말아야 할 텐데’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필자는 다시 악보를 펼친다.

여상훈 < 서울가정법원장 shyeo@scourt.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