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저금리일때 '자금수혈' 하자…기업들 앞다퉈 유상증자 나서

올 연말까지 400건 달할 듯
▶마켓인사이트 11월3일 오후 4시30분

국내 상장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등 유상증자 여건이 좋은 데다 경기 악화로 한계기업이 늘면서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는 334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30건이 넘는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400건에 달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상장사들의 유상증자(공시 기준)는 2013년 257건에서 지난해 341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는 SK케미칼이 지난달 2007억원, 성창기업지주는 28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쌍방울은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997억원을 조달했다.

기업들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유상증자에 유입될 수 있는 유동자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재훈 LIG투자증권 주식자본시장부장은 “금리가 낮으면 금융권에서 직접 차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유리해진다”며 “차입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올 들어 ‘중국 테마’ 등을 배경으로 일부 중소형주들의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탄 것도 유상증자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주가가 높을수록 유상증자를 통해 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점도 유상증자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유상증자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위험을 알리는 증권신고서에 “기업의 존속이 불확실하다”, “향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기재하는 기업들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