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공정거래법 조항서 없애야"

공정거래학회 학술대회

기존 담합 규제로 충분
시장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두세 개 기업을 ‘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지위 남용 행위를 처벌하는 공정거래법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란 개념이 미국 등 해외 학계에선 부정하고 있을 정도로 불분명한데 정부가 기업들의 경쟁 친화적인 행위까지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어서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회 한국공정거래학회 학술대회에서 “시장 점유율 75% 이상의 세 개 이하 사업자를 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는 공정거래법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며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를 막는 조항으로도 충분히 시장 규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2~6조에 근거해 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상품 판매 수량을 조절하는 행위 등을 통해 지위를 남용하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주 교수는 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란 개념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학계에선 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논의조차 없을 정도로 통용되지 않고 있고, 유럽연합(EU) 법원과 학계에서도 이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란 개념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와 기업 간 행정소송에서 법리 다툼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와 KT가 지난 2월 공정위로부터 “2010~2013년 기업메시징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0~2013년 기업메시징시장에서 LG유플러스 점유율은 최대 46%, KT 점유율은 최대 25%였지만 공정위는 두 회사를 공동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추정하고 제재했다.LG유플러스와 KT는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공정위의 시장 점유율 산정 방법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 교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부터 정확하게 정해야 규제 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