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열풍' 연말 주식시장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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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자사주(자기 회사 주식) 매입을 비롯한 기업의 각종 주주친화 행보가 연말 주식시장에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의 조치가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 변수에 흔들릴 수 있는 주식시장의 지지선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내년 1월까지 4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3년간 11조3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3~4회에 걸쳐 사들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삼성생명(7085억원) 삼성화재(5300억원) 삼성물산(4400억원) 삼성증권(1180억원) 등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놨다. 삼성그룹 계열 상장사뿐 아니라 올 9월 이후에만 한화생명 SK텔레콤 GS건설 현대모비스 네이버 등 28개 주요 상장사가 잇달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발표했다.기업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 발표를 두고 주가 부양 측면의 긍정적인 평이 많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발표 후 4개월 만에 130만원을 넘었고 현대모비스도 9월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뒤 20% 가까이 상승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코스피200 종목 중 자사주 매입 기업의 누적상승률은 84.6%로 코스피200 전체(-5.5%) 기업의 움직임을 압도했다.
한국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08년 이후 급격하게 줄었다가 2013년 1조6000억원, 2014년 3조4000억원, 올해 9조7696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장기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김병전 파트너는 “삼성그룹이 앞장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다른 기업도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진국에 비해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등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