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흘려들을 수 없는 경기 급랭에 대한 경고들

우리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부터 최근 경제여건을 반영해 지난 5월 내놓은 올해 전망치(3.0%)를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당초 KDI는 구조개혁이 부진하면 올해 2%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나아진 게 없으니 그럴 만하다. 내년 성장률은 김준경 KDI 원장이 지난달 국감에서 “올해보다 조금 나아지는 정도”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기껏해야 2%대 중후반이란 얘기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은 더 우울하다. 정부는 내년 3.3% 성장을 ‘기대’하지만 민간 연구소들은 2.6~2.8%를 점치고 있다. 해외 IB들의 컨센서스도 2.9%다. 올해 성장 예상치 2.4~2.6%보다는 낫다고 자위해야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세계경제를 짓누른 악재들이 모두 진행형이다. 무디스가 꼽은 자본변동성, 중국경제 둔화, 미국 금리인상, 지정학적 불안 등 4대 위협요소들이 내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2012년 이후 5년 중 4년을 2%대 저성장(지난해만 3.3%)에서 허덕일 판국이다.‘3% 성장’이 이렇게 높아보인 적도 없다. 물론 작년 세월호, 올해 메르스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악재들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부진을 돌발 악재 탓으로 돌리기엔 구조적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노동개혁, 기업구조조정 등 제대로 된 게 없다. 3년째 국회에서 가로막힌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빛 바랜 사진꼴이다. 수출이 이끌고 내수가 뒤따르던 성장공식마저 무너지고 있다. 올해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 그나마 내수에 숨통이 트이지 않았다면 더욱 추락했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주엔진(수출)이 고장 나 보조엔진(내수)으로 간신히 저공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데 이마저도 불안하다. 주택 공급과잉 우려 속에 건설·부동산 경기마저 꺼지면 내수도 기대할 게 없다. 게다가 간판기업들이 조(兆)단위 적자다. 제조업 매출은 1961년 한국은행의 통계작성 이래 처음 감소(-1.6%)했고 ‘좀비기업’은 3000개가 넘는다. 결코 일시적인 침체가 아니다.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