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대박 행진에 문화콘텐츠 펀드 투자도 '흥행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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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316% 수익·수상한 그녀 311% 수익창업투자사들이 운용하는 모태펀드 자금이 투입된 영화들이 높은 흥행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문화콘텐츠 펀드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펀드 수가 급증하고 영화 위주였던 투자 대상도 음원,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른 장르는 물론 1인방송 콘텐츠, 융복합 콘텐츠, 제작 초기 작품, 영세기업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작년 펀드투자 4552억…57% 급증
올 연말까지 2500억원 추가 투자
한중융합·1인방송 콘텐츠 등 신개념 펀드 '봇물'…투자 다양화
한국경제신문이 영화투자업계와 공동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 말까지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극장 흥행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베테랑’이 316%로 최고 흥행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상한 그녀’(311%) ‘명량’(182%) ‘국제시장’(149%) ‘연평해전’(122%)이 뒤를 이었다. 이들 영화에는 CJ, 쇼박스, 롯데, NEW 등 4대 투자배급사 외에 창업투자사들이 운용하는 모태펀드 자금이 30~60%씩 투입돼 안정적인 재원 조달 역할을 했다.펀드의 영화 투자수익률이 높게 나타남에 따라 영화를 비롯한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펀드 수와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0년간 정부는 총 4620억원을 출자해 52개 투자조합(펀드)을 결성했다. 민간 투자분을 합친 펀드의 총 규모는 1조1580억원이다. 2013~2014년에만 41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됐고, 올해에는 연말까지 25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추가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최근 3년간 펀드 규모가 6600억원에 이른다.
문화콘텐츠 펀드는 2013년 10개(2126억원)가 새로 조성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4개(2200억원)가 추가로 설립됐다. 조성된 펀드에서 문화콘텐츠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3년 2903억원에서 2014년 4552억원으로 56.8% 증가했다. 영상, 공연, 음악분야 투자금액이 827억원, 게임분야 투자금액이 822억원 늘었다.신개념 펀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투자 대상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수창업투자는 지난 7월 자본금 및 매출 10억원 이하, 직원 수 10명 이하의 기업에 투자하는 콘텐츠영세기업펀드(160억원)를 조성했다. GB보스톤창업투자는 지난해 263억원 규모의 ‘제작초기’ 펀드를 결성했다. 영화는 주·조연 캐스팅이 끝나기 전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만 초기에 투자를 받으면 영화를 빨리 완성할 수 있다는 강점이 생긴다. 이 펀드는 내년 개봉 예정인 정우성 주연의 ‘단둥’ 등 약 10개 작품에 투자했다.
유니온투자파트너스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1인방송 콘텐츠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 중이다. 피앤아이인베스트먼트는 150억원 규모의 재무적 출자자 펀드를 조성 중이다. 문화산업 관련 기업을 일컫는 ‘전략적 출자자’를 배제하고 은행, 연기금 등 재무적 출자자만으로 펀드를 구성해 문화산업 전 분야의 기업 및 프로젝트에 투자하려는 것이다.
미시간벤처캐피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등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융복합 콘텐츠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설립했거나 조성 중이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 컴퓨터그래픽(CG)을 입히거나 증강현실,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SV인베스트먼트는 중국 업체를 출자자로 끌어들여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펀드를 결성할 방침이다.문체부는 한국과 중국 간의 콘텐츠 분야 합작과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한·중 합작 콘텐츠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운용사를 이달 중 선정할 계획이다. 중국도 비슷한 규모의 합작 펀드를 조성해 한·중 합작 콘텐츠에 투자하게 된다.
문화콘텐츠 펀드에 새로 뛰어드는 투자사도 늘고 있다. 지난해 키움과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신규 진입한 데 이어 아주인베스트먼트, S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도 뒤따라 진입했다. 이들은 IT와 바이오 관련 펀드에서 문화콘텐츠 펀드로 눈을 돌렸다.
차세대 방송영상콘텐츠펀드를 조성 중인 이재우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문화콘텐츠산업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과 교류가 확대되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