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아이돌 일상'…해외서 팬심 달군 네이버 'V'

최민희 V TF 개발자(좌) / 조성택 V TF 개발자(우)
[ 최유리 기자 ] # 한류스타 빅뱅의 멤버 태양이 팬의 집을 급습한다. 다정하게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 둘만의 시간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네이버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V(브이)'를 통해서다. 팬들은 '김치를 먹어보라', '설거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댓글을 통해 태양의 일상에 참견한다. 팬심을 건드린 영상에 달린 댓글은 57만건, 재생 건수는 93만건에 달한다.

V는 스타들의 실시간 개인 방송을 내세워 전 세계 210개국에서 팬덤을 터뜨렸다. V의 과제는 포털사의 생존이 걸린 '모바일'과 '글로벌'이란 두 마리 토끼 사냥이다. 네이버가 웹 기반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해외로 활로를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막중한 임무를 맡았지만 V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개월. 분명한 콘셉트로 틀을 짰고 동영상 서비스에서 쌓은 노하우로 마감을 지었다. 단기간에 해외 이용자들을 사로잡은 비결을 네이버 V 태스크포스(TF)에게 들었다.

박동진 V TF 매니저는 "스타캐스트, 연예판 등 연예 콘텐츠를 서비스하며 스타의 개인 콘텐츠에 대한 니즈를 확인하게 됐다"며 "실시간 콘텐츠에 전문화된 플랫폼이 충분치 않아 셀럽의 실시간 개인 방송을 콘셉트로 V를 기획했다"고 운을 뗐다.

여기에 동영상 서비스에서 다진 기술을 얹었다. 유선 네트워크에 기반을 둬 안정적인 PC와 달리 모바일에서 실시간 동영상을 내보내려면 기술력이 필요하다. 특히 각 국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서비스를 최적화시키는 게 필수적이다.

최민희 V TF 개발자는 "매끄러운 생중계를 위해선 동시접속자 수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서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간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구축했던 동시접속 데이터와 네트워크 환경 테스트 결과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 서비스인 만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았다. 지역은 물론 현지 통신사, 단말기, 운영 체제(OS) 등에 따라 서비스의 구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V TF가 수 십 개의 단말기를 들고 해외 각지로 발품을 판 이유다. 지하철부터 배까지 여러 교통 수단을 타고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조성택 V TF 개발자는 "태국, 대만 등 현지 각 스폿에서 동영상 재생에 걸리는 시간, 버퍼링 여부 등을 테스트했다"며 "네트워크 상황에 맞지 않게 서비스가 복잡하면 구동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덜어내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터놓자 콘텐츠들이 모였다. 국내 아이돌, 배우, 스포츠 스타부터 셰프, 뷰티 멘토들이 V에 둥지를 틀었다. 1인 채널을 통해 스타들은 거침없이 일상을 공유했다. 빅뱅 멤버 태양이 팬 집에 방문해 밥을 먹고,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는 자신의 방에서 잠들기 전까지의 모습을 비췄다.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7월 말 시범(베타) 서비스를 내놓은 지 24시간 만에 구글플레이 인기앱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600만, 누적 재생수는 1억4000회를 넘겼다. 한류 팬층이 두터운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동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갓 100일을 넘긴 V는 현지에 더 깊숙이 파고들 채비를 하고 있다. 서비스에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다국적 언어를 추가할 계획이다.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 동영상 촬영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최 개발자는 "예를 들어 V의 아이콘(손바닥을 앞으로 한 V자 사인)은 일부 국가에서 부정적인 제스처를 뜻하는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며 "태국에선 왕을 비하하는 내용이 금기시돼 콘텐츠를 걸러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개발자는 "드론으로 영상을 촬영하거나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 중 보고 싶은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며 "이원 생중계 기능도 구현해 실시간 동영상 앱으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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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