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복지 남발' 지자체에 예산 덜 준다

박 대통령, 사회보장위원회 첫 주재

선심성 정책 조정 거부하면 교부금 삭감
복지부, 중장기 재정추계 독자모델 개발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서 “늘 국민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사회보장정책의 내실을 다져달라”고 당부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중앙정부와 협의 없이 무리한 복지정책을 강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교부금이 삭감된다. 한국식 빈곤통계 등 새로운 사회보장 통계도 발굴된다. 복지 제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중장기 재정추계 모델도 개발된다. 기능이 강화된 국무총리 직속 사회보장위원회가 이 같은 사회보장정책 조정의 총괄 책임을 맡는다.

◆사회보장위원회 권한 세진다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회보장위원회 기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이 위원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위원회를 통한 협의·조정이 권위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위원회는 전문성을 토대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결정의 실행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보장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설립된 정책 심의 위원회다. 하지만 출범한 지 2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앞으로는 사회보장위원회의 복지정책 조정 기능이 강화된다. 정 장관은 “지자체나 중앙부처가 복지 정책을 새로 내놓거나 변경한 뒤 정부의 조정 권고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이나 지방교부금에 연계해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지자체가 정부 조정에 응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었는데 앞으론 교부금을 수단으로 삼아 복지 재정 효율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또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의 설계를 위해 중장기 재정추계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사회보장 재정추계를 다른 부처나 기관의 재정 전망에 의존해 왔는데 독자적인 추계 모델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료 등을 활용한 한국식 복지 통계를 새롭게 도입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제도를 평가할 때 적정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중앙정부-지자체 갈등 예고최근 지자체가 신규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보장위원회가 지자체의 과도한 복지에 제동을 걸고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커질 조짐이다.

경기 성남시가 청년 1인당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배당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서울시도 내년부터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 가운데 중위 소득 60% 이하 청년에게 월평균 5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청년 수당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사회보장위원회에서도 서울시의 청년 수당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브리핑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청년들의 일할 능력을 키우고 원하는 일자리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서울시가 위원회와의 협의·조정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말했다.사회보장위원회는 지자체 반발을 고려해 당초 이달 말까지 끝내기로 했던 지자체 유사 중복 복지사업 정비 계획 제출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고은이/장진모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