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R&D 외친 지이엔·영완…시화산업단지 '수출 쌍두마차' 우뚝

김낙훈의 현장속으로

해외서 인정 받는 자동차 부품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들
‘수출비중 40%’ 지이엔
독일 말레가 우수협력사로 선정…인서트너트 등 해외 13개사 납품
年매출 4년 새 67% 오른 258억

‘年매출 5% 연구개발 투자’ 영완
브레이크부품 품질관리에 주력…현대기아차로부터 최고 등급 얻어
GM·포드 등 글로벌 기업에 공급
김낙훈 기자
김낙훈 기자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강남훈)은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2015 KICOX(키콕스) 글로벌 선도기업’ 50개를 선정, 지난달 말 대구 본사의 ‘명예의 전당’에 헌정했다. 이들은 산단공 심사 결과 성장 가능성과 수출비중이 높고 혁신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작년부터 매년 50개사를 선정하고 있는데 올해 뽑힌 기업 중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시화산업단지 내 지이엔과 (주)영완을 찾아가봤다.
지이엔의 박원술 사장이 시화공장에서 자동차부품의 기술개발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화=김낙훈 기자
지이엔의 박원술 사장이 시화공장에서 자동차부품의 기술개발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화=김낙훈 기자
자동차부품업체 지이엔의 박원술 사장(41)은 지난 주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다녀왔다.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인 독일 말레(Mahle GmbH)의 ‘글로벌 서플라이어 데이’에 참석한 뒤 귀국한 것이다. 우수품질제품을 생산할 뿐 아니라 부품성능을 개선하고 원가를 절감한 기업에 말레가 상을 주는 행사다. 해외 협력사 중 6개를 선정했는데 일본 기업은 하나도 뽑히지 못한 대신 지이엔이 포함된 것이다.경기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지이엔은 자동차부품 중 인서트 너트(Insert Nut)와 부싱(Bushing) 등을 생산한다. 이들은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품이 많이 쓰임에 따라 체결부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되는 부품이다. 이 회사는 월평균 인서트 너트를 약 1300만개, 부싱을 약 400만개씩 생산한다. 이를 말레코리아 인지콘트롤스 에이텍오토모티브 등 국내 63개사, 말레재팬 등 해외 13개사에 공급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지이엔의 매출은 2010년 154억원에서 작년엔 258억원으로 4년 새 67.5% 증가했다. 박원술 사장은 “올해 매출은 3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직수출과 로컬수출을 포함한 수출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이 회사의 강점은 연구개발과 품질관리다. 박 사장은 “인서트 너트는 그동안 황동소재를 깎아 만들었는데 이를 스틸 소재의 단조 공법으로 바꿨다”며 “그 결과 원재료비를 60%가량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철저한 품질관리다. 박 사장은 “불량률은 2010년 68에서 지난해엔 20으로 4년 새 70%가량 줄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제로 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이엔은 1980년 광명시 철산동에서 출범했다. 당시 사명은 대진스프링이다. 창업자는 박 사장의 부친인 박기현 회장(67)이다. 1995년 시화로 이전한 뒤 단조 분야에 진출했고, 2009년 법인전환과 함께 사명을 지이엔으로 바꿨다. 박 사장은 취임 후 기술개발과 품질관리를 더욱 강화해 작년 말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SQ ‘S’ 등급을 받았다. 박 사장은 “품질관리 최고등급인 S등급은 주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1300여개 기업 중 불과 4%만이 들 수 있는 아주 까다로운 등급”이라고 설명했다. 수능으로 치면 1등급에 해당하는 셈이다. 2011년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비롯, 2014년 시흥시 우수기업표창, 2015년에는 여성가족부 장관표창,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표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는 등 각종 상을 받았다.지이엔의 성과는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 결과다. 이 회사는 매일 아침 줄다리기를 한다. 15명씩 조를 편성해 한마음 한뜻으로 줄을 당김으로써 협동심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받은 상금으로 조촐한 파티를 벌인다. 박 사장은 “직원과의 단합을 위해 줄다리기뿐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내 체육시설을 이용해 당구 탁구 배드민턴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완의 고병완 사장은 “우리가 만드는 부품은 인명과 직결된다”며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인근에 있는 (주)영완(사장 고병완)도 자동차부품업체로 자동차 핵심부품인 브레이크 부품과 스티어링 부품을 만든다. 둘 다 주행과 직결될 뿐 아니라 인명과도 긴밀하게 연결되는 부품이다. 이 회사 역시 기술개발을 중시한다. 고병완 사장(51)은 “연매출의 약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포천 1000대 기업의 평균 연구개발투자 비율이 3.6%인 것을 감안할 때 글로벌 대기업보다 연구개발비중이 높은 셈이다. 이를 통해 신제품을 속속 개발했다.

고 사장은 “우리가 생산하는 브레이크부품 중 ‘MOC(Motor on Caliper)부품’은 핸드브레이크를 종전 와이어 대신 모터로 작동하는 첨단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 부품은 고급승용차에 장착되고 있다. 이를 비롯해 ABS부품 등 다양한 브레이크 부품을 생산한다. 스티어링 부품은 핸들을 포함한 조향장치에 관련된 부품으로, 영완은 볼트레버 볼트스프링을 비롯해 키록(Key Lock) 등을 제작한다. 키록은 도난방지와 관련된 부품이다. 주요 고객은 만도 남양 TRW 등이다.고 사장은 “1차 벤더를 통해 BMW 포드 GM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2년 139억원에서 작년엔 187억원으로 2년 새 34.5% 늘었고, 올해는 215억원에 이를 것으로 고 사장은 전망했다.

영완은 고 사장의 선친인 고재영 창업자가 1985년 설립한 업체다. 서울 성내동에서 출범했다. 사명은 선친의 ‘영’자와 고 사장의 ‘완’자를 따 지은 것이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고 사장은 25세인 1989년 입사해 200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시화산업단지 내 한국산업기술대와 산학협동협약을 맺고 기술개발에 나섰고, 2006년 시화에 신공장을 신축한 뒤엔 MOC전용라인 건설을 비롯해 끊임없이 시설에도 투자해왔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기술개발에 주력한 고 사장은 2013년 현대기아차의 S등급에 획득에 이어 지난해에는 남양공업으로부터 ‘협력사 대상’을 받았다. 안전·보건 인증도 획득했다. 올해 초에는 만도의 제조현장 혁신 우수협력사상도 받았다. 지난 10월에는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수천개 중 20개사에 뽑혀 우수기술전시회에 제품을 전시했다. 부품업체로서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 회사는 자동차부품 2차협력업체인데도 완성차업체의 고위급 임원들이 자주 찾는다. 다른 2차 협력사도 이 회사를 벤치마킹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강남훈 산단공 이사장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것은 바로 산업단지에 입주한 8만여개의 기업”이라며 “이들 중 기술개발과 수출에 적극 나서는 우수 중소기업을 키콕스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이들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