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막힌 노동개혁] 노동개혁 입법 제자리…'합의 위한 합의'조차 못 지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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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논의 안하고 두 달 허송세월
여 전략 없고 야는 "잘못된 개혁" 주장만
"19대 국회에서 처리 힘들 듯" 비관론 확산

대타협 당시 최대 걸림돌이었던 일반해고 기준 마련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행정지침을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는 강력 반발, 협의조차 못하고 있다.
○국회 계류 노동법안만 523개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동 관련 법안만 523개다. 이 가운데 1차 관문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된 법안이 75개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개원과 동시에 수많은 법안을 한꺼번에 상정하기 때문에 상정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논의 자체가 안 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대표적 민생법안인 실업크레딧(실업급여 수급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산입하기 위한 국민연금보험료 지원) 제도 도입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지난달 법사위를 통과했음에도 여야는 관광진흥법 등과 연계처리하겠다며 처리를 미루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되면 현재 계류 중인 노동 관련 법안들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점점 멀어지는 19대 국회 처리
현재 노사정위의 최대 쟁점은 비정규직법(파견·기간제법)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출·퇴근길 산업재해 인정 범위를 늘리는 산재보험법,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액수를 늘리는 고용보험법 등 3개 법안은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파견업종 확대를 위한 파견법과 35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본인이 희망하면 최대 4년까지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기간제법은 노사 간, 여야 간의 뿌리 깊은 시각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대의’에만 인식을 같이할 뿐 원인과 해법에선 입장차가 너무 크다.
노사 중재자로 나선 공익 전문가들은 최근 “노사정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공익위원들의 검토 의견을 밝히는 수준에서 국회로 공을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모든 걸 국회로 넘기는 수순으로 가고 있지만 국회 상황이 더 심각하다. 당장 오는 20일부터 노동 관련 법안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여당은 치밀한 협상전략 없이 개혁의 당위성만 되풀이하고 있고, 야당은 “잘못된 노동개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노위를 구성하고 있는 진용도 연내 입법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린다. 여당에는 노동분야를 잘 아는 ‘선수’가 적고, 야당에는 협상가는 없고 ‘투사’만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환노위 여당 의원들 중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친박(친박근혜)’이 없다는 점도 입법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동개혁 법안의 19대 국회 처리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그동안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달여 만에 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내년 4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내년 초 처리는 어렵고 자칫 선거 이후 정국에 따라 20대 국회에서도 표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