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줄이는 게 맞다"는 의원들

슬며시 고개 든 '의원정수 확대론'…정치권서 반대 목소리 커져

조경태, 의원수 축소 국민운동본부 발족
이재오 "정치 개혁 위해 200명으로 줄여야"
이인제 "의원수 확대는 국민에 대한 도전"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의원 정수 확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국민 여론이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제 할일은 안 하고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벌인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안 협상 과정에서 의원 정수를 소폭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반대하면서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지만 농촌 지역구 유지 등 선거구 재획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 위해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법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정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양 정당이 국민 뜻에 역행해 의원 정수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여 국민의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며 “계파정치의 온상이자 줄세우기인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의원 수를 250명 정도로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미국 상·하원 의원 정수에 비해 너무 많다”며 “현행 300명인 의원 수를 87명으로 줄여야 미국 인구 대비 의원 수 기준에 부합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도 의원 정수 확대 불가론을 펴고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41조의 정신은 (의원 정수가) 200인에서 300인 이내다. 의원 수를 법률로 정할 수 있지만 그 전제가 300명을 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2012년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며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권이 공식적으로 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당론으로 꺼내길 꺼리는 이유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성인 1003명(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을 대상으로 의원 정수 확대 또는 축소 필요성을 물어본 결과, 57%가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가 적당하다’는 의견은 29%였고,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7%에 그쳤다. 의원 세비 삭감 등을 통해 투입되는 총예산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75%가 ‘그래도 늘려서는 안 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국회 관계자는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한번에 그리고 가장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의원 정수를 늘리는 일”이라며 “지금은 야당이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선거구 획정작업이 연말 시한에 쫓기게 되면 이를 핑계로 여당까지 동참해 ‘짬짜미 증원’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은정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