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없는 청년고용, 겨울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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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서명 받은 청년단체“성장 없는 한국사회에서 청년층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입니다. 청년들을 위해 임금피크제 시행 등 노동개혁 법안이 연내에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청년 10명 중 6명, 취업 기회조차 없어"
"정부·여당, 개혁 밀고나가야 할 시점"
노동시장 개혁을 바라는 청년 1만명이 서명을 했다. 청년이만드는세상 등 30개 청년단체가 지난달 20일부터 25일간 전국 대학가를 돌며 받은 것이다. 이들 단체 대표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청년 1만명이 서명한 ‘노동개혁 실현을 바라는 청년선언문’을 발표했다.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청년 10명 중 6명이 취업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미 진입한 세대에만 유리한 노동시장 상황에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년들은 겨울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들은 선언문에서 △노동시장 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 척결과 적절한 일자리 분배 등을 요구했다.
짧은 기간에 1만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청년들의 안타까움과 절박함 때문이다. 염윤석 이룸 대표는 “취업이 안 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청년들이 꿈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느끼고 포기하는 세상이 온 것 같아 슬프다”고 밝혔다.
전직 대학 총학생회장 세 명을 포함한 참석자 50여명은 노동개혁 입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 실망감을 나타냈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대표는 “노동시장 개혁은 지금이 골든타임인데 지난 두 달간 시간만 끌었다”며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체에 대한 이상적 기대를 버리고 정부와 여당이 리더십을 갖고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김형욱 청년리더양성센터 대표도 “노사정위가 상징적 역할에 머물러 있을 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노사정위 무용론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청년 통일·노동운동 단체인 위메이크코리아의 윤주용 대표는 “임기 말에 이르러서도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노동시장 개혁 입법을 이루지 못한 19대 국회는 낙제점도 아깝다”며 “청년 일자리 해법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르겠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를 좁혀나가는 게 정치의 역할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의 노동개혁 입법 추진을 ‘노동개악’이라고 지적하며 지난 14일 진행된 대규모 집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집회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동근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대표는 “고용과 임금 지급의 주체인 기업은 코트 입은 나그네와 같다”며 “나그네가 더워서 스스로 코트를 벗게 해야지 밖에서 바람만 몰아쳐서는 나그네가 오히려 옷깃을 여미거나 자리를 떠날 뿐임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참가자들은 선언문 발표 후 국회에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조속한 노동개혁 입법을 촉구했고 원 원내대표는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의 면담은 일단 미뤄졌다.
김동현/마지혜/박종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