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인력·기술 확보 목마르다"…서울대 찾은 중견기업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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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업대상 첫 기술설명회서울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중견기업인들을 초청해 자체 개발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강호갑 회장 등 200여명 참석
첨단 나노·바이오 기술 관심…교수·기업인간 기술상담도
기업들 "대학이 적극 나서 히든 챔피언으로 키워달라"
1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와 서울대의 공동 주최로 ‘중견련-서울대 기술매칭 콘퍼런스’가 열렸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을 비롯해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40명 등 200여명의 기업인들이 서울대를 찾았다.이날 행사는 서울대가 지난 6월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박종래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재료공학부 교수)는 “대학이 그동안 많은 논문을 써내고 특허도 출원했지만 대부분이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돼 아쉬움이 컸다”며 “자체 연구기반이 탄탄한 대기업이나 필요 기술수준이 초보적인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에서 대학 보유 기술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견련은 크게 환영했다. 강 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연구개발(R&D) 인력과 기술 확보에 목마른 중견기업들에 무척 유익한 일이 될 것 같아 곧바로 화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서울대가 공대 건물 일부를 중견·중소기업에 내주는 계획을 세운 것도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본지 11월11일자 A1면 참조이날 발표회에는 바이오·의료, 정보기술(IT)·융합, 나노·신소재 등 분야별 우수·혁신 기술을 개발한 15명의 교수들이 참석했다. 발표 후엔 교수와 기업인 간 기술 상담 자리도 마련됐다.
중견기업 CEO들은 대학이 보유한 첨단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상근 상보 회장은 “디스플레이 필름에 쓰이는 소재와 관련된 나노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며 “마음에 드는 기술이 보이면 바로 계약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사장도 “반도체 재료 등에서 기술 이전 계약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 그룹 회장은 “신사업 진출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바이오 등 신기술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산학협력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상면 자화전자 회장은 “대학들이 기업과 함께하는 기술 사업화에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R&D 투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대학에서 연구 결과물이 사업화로 연결되는 사례는 좀처럼 없다”며 “부디 대학들이 중견기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히든챔피언’으로 키워내는 데 도움을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교수들도 기업인들과의 만남에 흡족해했다. 무선전력전송기술을 활용한 휴대용 무선 스마트폰 배터리를 시연한 이정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연구 성과의 상용화에 참여할 기업을 찾는 데 개인 인맥에 의존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관심을 보이는 기업을 쉽게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지난주에 중국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을 방문해 캠퍼스 내에 구글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한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며 “오늘 행사를 계기로 미래세대를 위한 산학협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수규 중소기업청 차장은 “중견기업과의 만남을 서울대가 먼저 제안해 더 뜻깊었다”며 “정부도 앞으로 이런 행사가 계속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