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SK, OCI머티리얼즈 인수

양측 이번주 공식 발표

매수가 8000억원 수준…"하이닉스 경쟁력 강화"
OCI "비주력 팔아 태양광사업 집중"
최태원 SK회장, CJ헬로비전 인수 이어 M&A 광폭 행보
▶마켓인사이트 11월24일 오전 5시

SK그룹이 세계 1위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회사인 OCI머티리얼즈를 전격 인수한다. SK는 이를 통해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일 국내 최대 케이블TV 회사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 SK그룹은 또 한 번의 ‘대기업 간 빅딜’을 성사시켰다. OCI그룹도 비주력 계열사를 팔아 주력인 태양광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OCI그룹의 핵심 회사인 OCI(주)로부터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늦어도 이번주 내 세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인수 대상은 OCI(주)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OCI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조137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인수가격은 8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SK그룹 내 인수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손자 회사로 ‘손자 회사는 증손자 회사에 대해 100%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지주회사 관련 법령에 따라 직접 지분을 취득할 수 없는 여건이다.

1982년 설립한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태양광 전지 제조에 사용하는 특수가스를 제조하는 회사다. 주요 생산품인 삼불화질소(NF3)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50%다.

지난 3분기 말 매출은 2411억원이며 56%(1341억원)는 국내에서, 나머지는 아시아 등 해외에서 각각 나왔다.OCI는 지난 5월 말 OCI머티리얼즈를 팔기로 하고 7월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거래가격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독일 린데와 칼라일 등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들이 발을 뺐기 때문이다.

OCI그룹은 이번에 OCI머티리얼즈를 매각한 뒤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비태양광 분야 자회사들을 팔아 1조원대의 자금을 확보한 뒤 미국과 중국에서 펼치고 있는 태양광발전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7월엔 소다회 제조 계열사인 OCI리소시스를 터키 기업에 매각하기도 했다.

SK그룹은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함으로써 반도체 제조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IB 업계는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하반기 들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세 확장과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난 1일엔 CJ헬로비전을 1조원에 인수해 케이블TV 사업에 진출했으며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매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 구조조정기를 맞아 대기업들의 사업 재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SK가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오랜 세월 M&A 부문에서 쌓은 노하우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