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논문 작성 관행에 발목 잡힌 '천재 소년'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인용 명시 안해" 표절 판정
내년 2월 '최연소 박사' 무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UST) 박사과정생인 송유근 군(17·사진)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철회됐다. 송군은 박사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년 2월 학위를 받을 수 없게 됐다.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은 24일(현지시간) 미국천문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송군이 지난 10월 발표한 논문이 2002년 지도교수인 박석재 전 한국천문연구원장이 쓴 프로시딩(학술대회 발표 자료)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도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다며 저작권 위반 규정에 따라 논문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저널 측은 송군 논문이 박 전 원장의 프로시딩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표절 논란이 제기되자 관련 전문가를 모아 논문 내용을 다시 검토했다. 저널 측은 “송군의 논문이 2002년 국내에서 열린 ‘블랙홀 천체물리학’ 학술대회에서 박 전 원장이 발표한 프로시딩과 겹치는 부분이 이례적으로 많다”며 “어떤 경우에도 논문 제출자는 의무적으로 관련 논문을 인용했음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군은 익명의 네티즌이 올 10월 초 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될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쓴 논문을 다시 인용할 때도 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성환경 세종대 교수는 “지도교수가 제2저자로 참여했더라도 상당 부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도 “워크숍 발표문은 논문으로 보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는데 그동안 학계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송군의 연구와 앞으로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쪽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후 대전 UST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박 전 원장은 “송군이 쓴 논문은 비록 철회됐지만 내용은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송군은 지난 17일 박사 논문이 최종 심사를 통과했지만 ‘자기 표절’에 걸려 내년 2월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게 됐다. UST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박사 논문 외에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논문 1편 이상을 내야 한다. 송군은 이달과 다음달 중 두 편의 SCI급 저널에 논문을 투고할 예정이지만 게재 여부가 결정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2월 졸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