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점하던 디스플레이 운반 로봇, 이젠 일본서 러브콜"

티이에스, 중기청 지원 받아 운반 로봇 시장 20% 점유
한국엠아이씨, 컨설팅 등 R&D기획지원사업 수혜
티이에스 직원이 생산된 디스플레이 진공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티이에스 제공
티이에스 직원이 생산된 디스플레이 진공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티이에스 제공
안승욱 티이에스 대표는 2008년 신제품 개발에 대한 고민이 컸다. 안 대표는 2004년 창업한 뒤 반도체 이송용 소형 로봇을 판매했다. 경쟁 업체가 늘어나며 실적이 악화했다. 다른 산업에서 쓸 수 있는 로봇을 제작하기로 했다. 태양전지 부품을 옮기는 로봇 개발에 들어갔다. 20여명인 직원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R&D) 인력으로 구성했을 정도로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대형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부족해 실패가 이어졌다.

안 대표는 중소기업청과 한국과학기술정보원의 ‘R&D기획지원사업’에 지원했다. 티이에스는 총 3억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태양광 붐이 꺼지면서 원리가 비슷한 디스플레이 패널 진공 이송 로봇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온 및 진공 상태에서 디스플레이용 패널을 옮겨주는 장치다. 이송 중 흔들림과 불순물 노출을 막아 불량 확률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쿄, 다이헨 등 일본 회사가 독점해왔다.설계를 단순화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제품으로 승부에 나선 것. 2년여 R&D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중국과 일본 회사들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지금은 세계 디스플레이 진공 로봇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은 2010년 95억원에서 지난해 20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한국엠아이씨도 R&D기획지원사업 덕을 톡톡히 봤다. 2년간 2억4000만원을 지원받아 ‘유리섬유 절연 방식 알루미늄 피복 열선’을 개발했다. 기존 구리 피복 제품에 비해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기존 제품은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길이가 200m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엠아이씨는 500m 이상까지 만들 수 있다.

흠집으로 인해 온도가 200도 이상 올라가면 불량이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중기청과 기정원은 대림대 등과 산학협력을 주선하는 등 밀착 지원을 했다. 김용태 한국엠아이씨 대표는 “작년 매출의 80% 정도를 미국, 중국 등에 수출해 올렸다”고 했다.중기청과 기정원은 올해 R&D기획지원사업을 통해 200여개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 R&D기획지원사업

기획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돕는 프로그램. 기획전문기관이 체계적으로 신기술 개발의 타당성과 시장성 및 성공가능성 등을 평가해준다. 연구개발에 성공할 확률을 높여주는 게 목적이다. 기획지원 우수과제로 선정되면 이듬해 중소기업 R&D사업 지원도 받게 된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