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 무덤 ‘비밀의 방’에 흥분하는 이집트 관광산업

고대 이집트 ‘소년 파라오(왕)’ 투탕카멘의 묘실 뒤편에 ‘비밀의 방’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집트 관광업계가 반색을 하고 있다. 이집트 군부가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의 정국 불안정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으로 위축된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호재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맘두 알다마티 이집트 고대유물부 장관은 최근 “전문가들은 투탕카멘의 묘실 뒤에 또 다른 묘실이 있다는 것을 90% 정도 확신한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정부는 레이저 탐사방법을 사용해 묘실벽 외부를 조사해왔으며 ‘비밀의 방’에는 클레오파트라와 더불어 고대 이집트 3대 미녀로 꼽히는 네페르티티 왕비의 미라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300여년 전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네페르티티 왕비는 투탕카멘의 선왕인 아케나톤의 왕비로 투탕카멘의 양어머니나 장모라는 설이 있다.이집트 정부는 확신에 찬 어조로 비밀의 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나, 고고학계 일각에서는 존재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비밀의 방이 있더라도 네페르티티의 묘실인지 당분간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인류 문화유산인 묘실벽을 허물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집트 관광업계는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정부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2010년에 이집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70만명에 이르렀지만 2012년 군부 쿠테타가 발생한 이후 1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조금씩 회복되던 관광산업은 지난 10월 IS의 러시아 여객기 테러가 발생하면서 다시 얼어붙었다. 이집트 여행사인 선라이즈투어스의 유세프 바하 매니저는 “기존 유물로는 관광객을 유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비밀의 방’은 사람들의 눈길을 다시 끌 수 있는 대형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집트 관광산업에 희소식이 절실하던 차에 ‘비밀의 방’ 발표가 나왔다”며 “어떤 유물이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유물 발견 소식만으로도 텅텅 비어가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인근지역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