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첫 외국인 관장…미술관 경영 세계화 '주목'
입력
수정
지면A37
'1년 2개월 공석' 국립현대미술관장에 바르토메우 마리1년2개월째 빈자리였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스페인 출신 큐레이터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49·사진)이 내정됐다.
미술계 일부 반발 '해결 과제'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종 후보 3인에 대한 서류·면접심사와 인사 검증 등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 새 관장으로 마리 회장을 임명하기로 했다고 2일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수장에 외국인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리 내정자는 네덜란드 현대미술센터인 비테 데 비트 예술감독, 스페인 현대미술관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MACBA) 관장 등을 지냈다.특히 MACBA 관장을 7년간 맡으면서 스페인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관람객 수와 입장 수익을 늘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해외 유수의 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탁월한 미술관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문체부는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으로서 현대미술에 관한 전문성은 물론 폭넓은 글로벌 관계망을 구축해온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세계 유수의 미술관장들이 마리 내정자를 추천했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니콜라스 세로타 영국 테이트미술관 총관장, 베르나르 블리스텐 프랑스 퐁피두센터 관장, 후미오 난조 일본 모리미술관장, 유진 탄 싱가포르국립미술관장 등이 앞다퉈 그를 천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리 내정자가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 미술관으로 발돋움하도록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추진을 통해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폭넓은 개혁을 통해 세계적 기준에 맞게 미술관의 조직과 운영체계를 선진화해야 하는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문체부는 마리 내정자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미술계와 언론, 미술관 직원 등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8개 국어에 능통한 마리 내정자는 한국어를 빨리 배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일단 미술 전문지식을 갖춘 전담 통역사를 배치하고 작가, 기획자, 평론가 등과의 면담과 대화를 적극 도와주기로 했다.
하지만 외국인 관장 선정 과정에 대한 미술계 일각의 우려는 여전하다. 인선 과정에서 미술계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것. 지난달 12일 외국인 관장 임명 방침에 의구심을 나타냈던 미술인 500여명은 오는 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에 모여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미술계의 한 인사는 “관장이 누가 됐든 1년 넘게 비어 있던 자리이니 신임 관장이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