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반도체 인력 유출] "정부 무관심·인재 부족…'제2 조선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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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경쟁력 포럼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 두면 조선산업처럼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업 위기 징후와 비슷
반도체 석·박사 배출 '뚝'
지속성장 토대 마련 시급
홍성주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3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국가미래연구원 주최로 열린 ‘산업경쟁력 포럼’에 참석해 “조선산업이 불과 4년 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가 지금은 극심한 위기상황에 빠졌다”며 “한국의 반도체산업도 조선산업처럼 이미 위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한국의 조선산업은 1997년 일본을 제치고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1위가 됐다. 2011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홍 부사장은 “조선산업이 위기에 빠진 데는 정부의 외면, 전문인력 양성의 소홀, 중국의 추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2010년부터 정부의 조선부문 연구개발(R&D) 지원예산은 기계분야로 흡수됐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가 다른 전공자를 교수로 임용할 정도로 전문인력도 줄었다. 반면 중국은 2001년 조선업을 5대 집중 육성산업에 포함시키고 맹렬히 추격해왔다.최근 반도체산업에서도 비슷한 징후가 나오고 있다고 홍 부사장은 분석했다. 서울대의 반도체 전공 석·박사 배출 실적은 2005년 106명에서 지난해 42명으로 줄었다. 전공 교수가 부족하다 보니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에 디스플레이 전공 교수가 임명됐다. 정부의 2016년 국가 R&D사업에서 반도체 분야는 신규사업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2010년부터 반도체를 집중 육성 산업으로 정하고 10년간 175조원을 투자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홍 부사장은 “반도체산업은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고,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정부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산업과 같은 처지가 돼가고 있다”며 “반도체산업을 키우려면 토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반도체의 인력 유출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대만에서 한국 반도체 전공자를 교수로 임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정부에서 반도체 기초 교육환경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주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김형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반도체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은/김보라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