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1000만 서울시민 '곳간지킴이' 신언근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 "청년수당, 당적 떠나 냉철하게 평가"
입력
수정
8~15일 예산심사… 보수적 편성, 총선 영향 최소화<대담 최인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한경닷컴 뉴스국장>[ 김봉구 기자 ]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예산을 신중히 살펴보려 합니다. 과연 포퓰리즘 사업인지, 아니면 청년위기를 해소하는 마중물이 될지 심사숙고하겠습니다.”지방자치단체발(發) 청년수당이 복지 논란의 최전선에 섰다. 여당이 강력 비판한 데 이어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법제처가 잇달아 제동을 걸었다. 활동계획서를 평가해 선정한 저소득층 취업준비생 3000명에게 서울시가 최대 6개월간 매월 5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박원순표 청년수당’의 골자. 시범사업으로 내년도에 9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박원순·조희연 만나 '학교시설 석면 철거' 협조 당부
"누리과정 예산 상위법 개정 바람직… 사시 존치도"
8일부터 시작된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달 초 서소문동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만난 신언근 예결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사진)은 청년수당 논란에 대해 “(예산심사 과정에서) 절대 치우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과 같은 야당 소속이지만 “당적을 떠나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시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힘 쏟을 방침이다. 그는 “1000만 서울시민이 믿고 맡긴 ‘곳간지킴이’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경기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예산안을 깐깐하게 보겠다. 세입예산을 보수적으로 추계하고 세출예산은 긴축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 위원장은 이번 서울시 예산심사 방향을 △재정건전성 확보 △지방채 발행 자제 등 재정위기 예방 차원의 예산안 심사 △보편적 복지, 민생복지, 민생 현안 위주 예산 편성 △예산 편성 요건·기준 준수 여부 확인 등 4가지로 소개했다. 한마디로 ‘기본에 충실한 예산’이다.
아끼되 필요한 곳엔 과감히 쓰기로 했다. 학교 석면 시설 철거가 대표적 사업이다. 그는 시내 초·중·고교 1500여곳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자재로 사용된 점을 거론하며 박원순 시장, 조희연 교육감과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신 위원장은 “석면 철거는 진작 이뤄졌어야 하는 사업이다. 아이들 건강과 직결된 만큼 가장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책정도 이런 관점에서 상위법 개정을 통해 국가사무로 일원화할 것을 주문했다. 시행령에 따라 교육청 업무로 강제하는 데서 빚어지는 논란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 일까지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지역구(관악4) 여론을 감안한 사법시험 존치 주장도 폈다.- 곧 2016년도 서울시 예산심사에 들어갑니다.
“내년 치러질 총선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필요한 부분을 예산에 반영하려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재정 여건, 예산 편성, 심사 원칙이 우선이죠. 다만 범국민적 필요성이나 민생 현안 등 정책적 판단까지 배제하진 않을 겁니다. 예결위는 제출된 예산안은 물론, 증액 요구가 필요한 사업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서울시 세수 상황은 좋은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26조4116억원)보다 1조415억원 증액한 27조4531억원으로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어요. 경기 전반은 안 좋은데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인 것 같습니다. 예산액이 증액됐다 해도 상황을 잘 판단해야죠.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심사·조정하는 합리적 선택이 절실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 지역별, 소득수준별로 향후 경기 전망이 엇갈리는데요.
“이달 중순 예상된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겁니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가계 부담도 커지겠죠. 정부가 부동산 대출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며 대비하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일 겁니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잖아요.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를 겪어본 베이비붐 세대로선 이 부분이 상당히 우려스러워요.”
- 내년 예산 편성의 핵심 정책이나 지원사업은 뭡니까.
“역시 청년수당이 가장 큰 이슈입니다. 성남시도 유사한 정책을 이미 집행하고 있는데요. 성남은 기초생활연금 성격의 ‘수혜적 복지’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의 경우 청년활동을 지원하는 일종의 종잣돈 개념으로 봐요. 성남과는 차이가 있죠. 다만 시의회 내에서도 관측이 엇갈립니다.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도 있고요. 그저 여야 의견차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 예결위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합니다.
“청년수당이 포퓰리즘 사업인지, 아니면 청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지 객관적으로 보겠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당적을 떠나 공명정대하게 판단할 겁니다. 당론으로 정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박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라 더 조심스럽죠. 시민들이 보기에 결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심사하겠습니다.”
-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 간 이견도 상당하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 대한 예산 지원을 명시했습니다. 하위법인 유아보육법·지방재정법 시행령으로 교육청이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토록 하고 있는데요. 시행령을 통해 교육청 업무로 강제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명확한 법 개정을 통해 국가사무로 일원화시키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교육 문제를 여야간 대립으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지요.
“아이들 문제에까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됩니다. 교육 문제, 특히 기본 교육환경 개선엔 여야가 없어야 해요. 일선 학교가 소프트웨어를 맡는다면 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하드웨어, 예컨대 시설환경 개선사업에 나설 수 있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내년도 교육청 시설사업비 예산을 17%(646억원) 증액했습니다.”
- 서울시내 학교의 석면 철거 문제를 쟁점화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까.
“이번 예결위에서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요. 시교육청이 학교 석면 철거 예산으로 241억 원을 편성했어요. 교육청에마 맡겨놓지 않고 서울시도 관련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 철거 예산이 5000억원 가량인데 한해 240억원씩이면 20년 이상 걸리지 않습니까? 아이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더 늦춰선 안 되죠. 시급한 사안이라 판단해 지난달 박 시장, 조 교육감과 만나 예결위원장으로써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 자치구 간 교육격차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소위 ‘교육특구’라고 하죠. 교육격차 문제가 상당합니다. 공교육 정상화는 기본적으로 교육청 소관이지만 자치구나 시의회 차원에서 힘써야 할 부분도 있어요.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정보력이나 전문성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구청 주관 학부모수업 같은 공공 영역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관련 예산이 가급적 확대 편성되도록 힘쓸 계획입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사시 존치 의견을 전달했는데요.
“제가 이번에 나선 것은 지역구 현안이어서인데요. 사시 폐지로 고시촌이 위치한 관악구의 지역사회 공동화 현상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죽음의 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있어요. 또 국민 여론도 사시 존치 쪽으로 쏠리고 있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제도란 대의명분까지 감안해 사시 존치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법사위원장실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사시 존치를 반대하진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한 듯해요. 관련 소위가 구성돼 있어 위원들을 만나 설득 중입니다. 사실 야당에서 사시 존치 반대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차츰 돌아서는 모양새입니다.” (인터뷰 후 법무부는 지난 3일 ‘4년간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밝혔다.)
- 시민 입장에선 외형 치중 사업으로 인한 예산 누수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뼈아픈 지적입니다. 민간단체보조금사업 관련 특위에서 단체 인허가부터 예산 집행과정까지 살펴본 적 있는데요. 예산만 1조6000억원이 투입되는데 문제 있는 민간단체들이 더러 있어요. 시정 질문까지 해서 5500여개 단체 전수조사를 이끌어냈습니다. 불필요한 예산 지양이 예결위의 제1지침입니다. 어려운 경기에 말 그대로 혈세인데 헛되이 쓰면 안 되죠.”
- 그렇다면 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할 계획인지요.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2% 수준으로 추계하지만 해외 신용평가기관은 3%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에 최근 수년간 소비심리마저 위축돼 있죠. 미국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세입 환경이 비관적일 수 있어요. 세출 규모 확대가 자칫 시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거죠. 정말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이 가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습니다.”
- 선진국일수록 지방정부와 의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예산에 교육청 예산(8조원), 기금(1조7393억원)까지 예결위가 의결하는 예산만 37조원이 넘어요. 어마어마하게 큰 돈입니다. 지방분권화로 권한이 이양된 만큼 책임도 뒤따르죠. 시의원들도 공부해야 돼요. 제 경우엔 건설업에 오래 종사한지라 시 공무원들에게 질의하면 좀 힘들어하죠. (웃음)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의회에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봅니다.”
- 주택사업·도시계획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정책 방향을 조언해주세요.
“도시는 균형발전이 필요한데 서울은 강남·북이 불균형하게 발전하고 있어요. 시의 중장기 기본계획에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합니다. 연구용역을 통해 바로잡는 작업이 있어야 하고요. 주거재생 쪽으로는 서울지 정책 방향이 대규모 단위에서 소규모 블록 단위로 바뀌고 있죠.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고 중소 건설업체를 살리는 면에서 좋은 방향이라 평가합니다.”
◆ 신언근 위원장은…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 과정을 밟았다. 제8~9대 서울시의회 의원을 역임하고 있다. 시의회 민간단체지원사업점검특위 위원장, 학교폭력대책특위 부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 예결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 건축심의위원, 전국호남향우회 서울시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석류장, 2010~2012년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등을 받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