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살리기법 , 알맹이 다 빼고 통과도 거부하는 …

기업의 선제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 야당 반대로 끝내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조속한 입법을 호소하고, 야당 요구를 100% 수용하겠다고 해도 야당의 대기업 특혜론에 막혀 상임위 문턱도 못 넘은 탓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정기국회 통과를 합의했지만 야당 지도부가 지리멸렬한 상태여서 말발조차 안 먹힌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의 75%가 찬성하는데도 막무가내다. 보다 못해 철강 조선 등 13개 업종단체가 간곡한 건의문을 내고 중소기업중앙회까지 통과를 호소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주력산업이 무너질 위기인 게 지금의 산업 현실이다. 수출 부진에 매출까지 뒷걸음이고, ‘좀비기업’은 15%를 넘어섰다. 이대로는 ‘제2 외환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그렇기에 기업들이 자발적·선제적 사업재편으로 위기에 대비토록 유도하려는 법안이 바로 원샷법이다. 지금은 미리 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상법 공정거래법 등의 조항이 경직적이어서 이 중 일부 절차와 요건을 완화해주자는 것이다. 무슨 재벌 특혜를 신설하거나 규제를 없애는 것도 아니다.그런데도 야당은 ‘원샷법=대기업 특혜법’이란 낙인을 찍어 놓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야당 측이 시비를 제기한 부분을 모두 빼고 수정해서라도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편법 상속에 악용될 것이란 주장에는 원샷법의 목적을 제한하고, 설사 악용되더라도 사후 승인취소 등 4중의 방지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하도 많이 고쳐 법안이 누더기가 되고, 알맹이가 다 빠져 통과돼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오죽하면 이렇게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입법이 어려워도 법의 기본취지가 있다. 원샷법 외에 다른 법도 마찬가지다. 법 통과에 목을 맬수록 야당은 ‘앙꼬’ 빼고 ‘따귀’ 빼고, 또 다른 악법을 들이밀며 흥정하려 할 것이다. 차라리 누더기 법안을 모두 폐기하고 본래 취지에 맞는 제대로 된 입법안으로 정면돌파하는 게 낫다. 새누리당은 입만 놀리지 말고 국회에서 농성이라도 해라.